[사설]규제 공무원 아닌 ‘도우미 공무원’이 필요하다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새해 벽두 “21세기에 걸맞은 (정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일본은 대장성(大藏省)까지 없앴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지만 어떤 정부조직 개편도 공무원의 롤(role·역할) 모델을 바꾸지 않고는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소프트웨어는 놔둔 채 하드웨어만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 당선인에게 규제 개혁을 건의하면서 ‘규제 기요틴(단두대)’이라도 도입하라고 건의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다. 공무원의 성격과 기능을 바꾸지 않고는 규제를 제대로 없앨 수 없다. 공무원이 지금처럼 ‘허가자(許可者), 결정자’로 국민 위에 군림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을 깨닫지 못하는 공직 풍토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규제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공무원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과시하거나 살아남기 위해 필요 없는 규제도 만든다. 대한상공회의소 통계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중앙부처 공무원이 2002년 말 56만2373명에서 2006년 말 59만169명으로 늘어나자 규제 건수도 7723건에서 8083건으로 늘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당선인은 누구보다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재작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들어 공무원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기업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무원에게 드는 비용 5조 원보다 그 사람들이 (기업에) 간섭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수십조 원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또 “(과거 기업 시절) 조선업을 시작할 때 물을 가둬 배를 띄우는 독에 대한 산업분류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목욕탕과 같은 세제(稅制)를 적용하려 한 적도 있다”고 개탄했다.

공무원의 롤 모델을 바꿔 ‘칼잡이’ 규제 공무원들을 대폭 줄이고 ‘도우미 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온갖 규제로 국민과 시장을 괴롭히는 공무원 대신 낮은 곳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들이 정부의 중심이 돼야 한다. 그것이 공복(公僕) 개념에도 맞다. 규제 공무원들을 이대로 두고는 정부 개혁도, 선진화도 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젊은이의 60, 70%가 공직(公職)을 ‘평생 철밥통’쯤으로 생각하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회는 미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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