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CEO레터]한국밸류자산운용 이용재 사장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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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에서는 아쉬움을 전해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바로 직전의 보고서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수익률로 고객님을 뵈었는데 불과 3개월이 지난 지금은 10년 펀드가 고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게 됐습니다.”

10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1호’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자산운용보고서와 함께 이 같은 ‘편지’를 받았다. 4∼7월 38.9%에 이르던 수익률이 7∼10월 ―3.4%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전하고 있는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 펀드는 어떠냐는 질문에 이 회사 이용재(52) 사장은 이 편지를 보여 주며 말했다. “날씨가 매일 좋으면 사막이 됩니다. 수익률이 조금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11월 이후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1월에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겁니다.”

○ 내년에 은행 PB 전용 상품 출시

2006년 4월에 설립된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10년 펀드 하나뿐이다. 주식과 연금, 퇴직연금, 혼합형이 따로 있지만 기본 구조는 같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곳이 평균 188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적은 것 아닐까. “찍어 내듯이 펀드를 팔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의 운용 철학과 맞는 펀드 하나면 됩니다. 펀드가 많으면 새 투자자를 유치하기는 좋지만 기존 투자자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 있죠.”

그래서 이 펀드는 한국투자증권에서만 팔았다. 최소한 3년을 투자해야 하는 이 펀드를 투자자에게 제대로 이해시키고 팔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표 수익률은 국공채 금리의 2배+α다. 이 사장은 “최근 수익률이 조금 떨어져도 투자자의 동요가 거의 없다”며 “그만큼 우리를 믿고 따르는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은행의 요구가 많아서 내년에는 은행 프라이빗 뱅킹(PB) 전용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 체로 거르듯 종목 선택

펀드는 하나지만 펀드 매니저는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채원 전무를 비롯해 14명에 이른다. 종목 하나를 선정하는 데도 14명의 매니저가 까다롭게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원 개발을 한다고 기업이 밝히면 인도네시아까지 가서 눈으로 확인하며 공시에 관한 내용은 해당 기업 사무실에 직접 가서 다시 확인한다. 이 사장은 “한국에서 가치투자 하면 한국밸류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펀드 투자 방법을 조언해 달라는 부탁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 투자자는 369게임 하듯이 펀드를 고릅니다. 3개월 6개월 9개월 수익률을 보고 좋으면 투자하는 거죠. 하지만 펀드와 투자자 간에도 궁합이 있습니다. 리스크가 높아도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있고 원금을 조금만 잃어도 잠을 못 자는 투자자가 있죠. 본인의 체질을 무시하고 펀드에 가입하면 피곤해질 따름입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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