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의 얄팍한 전쟁 협박

  • 입력 2007년 11월 23일 2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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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그제 ‘2007 창작인 포럼’ 주최 강연에 참석해 “현재 보수 세력이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가 힘을 합쳐 나가면 두려울 것이 없다”며 “(보수 세력이 집권하면) 민족의 운명을 좌우해 심지어 전쟁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조용히 있으면 존경받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것은 나를 지켜 주고 대통령까지 시켜 준 국민에 대한 보답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가 말한 국민이 어떤 국민인지 모르겠으나 참으로 듣기 거북하고 민망하다. 명색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특정 정파, 그것도 국정실패 세력의 재집권을 위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범여권의 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원격 조종하다가 뜻대로 안 되니까 이제는 “전쟁 난다”는 식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조선의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것”이라고 협박해 온 북한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DJ는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 중 국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그는 어느 전직 대통령도 갖지 못한 기념관(김대중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5년 ‘김대중 도서관’에 6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전직 대통령 중 해외여행도 가장 많이 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중 세 차례를 ‘공식 여행’으로 간주해 국고(國庫)에서 모두 3억4800만 원을 여비로 내줬다.

국가가 적지 않은 세금을 써 가며 법으로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이유는 재임 중 노고를 위로하고, 국가 원로로서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에서다. 그런데도 DJ는 대놓고 특정 정파의 편을 듦으로써 망국적 지역감정에 기초한 분열과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반(反)한나라당 연합전선’ 구축임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얄팍한 술수로 더는 대선 마당을 헤집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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