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밴쿠버 李, 金씨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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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의 캐나다 조기유학 바람이 요즘 이민 붐으로 연결되고 있다. 캐나다 이민공사 OK유니언코리아의 정동혁 사장은 “유학 간 자녀들의 만족도가 높아 부모들이 따라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미국은 영주권을 얻기가 까다롭고 투자이민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게 흠이다. 반면 캐나다는 기술이민도 쉬운 편이고 40만 루니(캐나다달러·약 3억8800만원)를 캐나다 은행에 무이자로 5년간 맡기거나 12만 루니를 내면 보통 1년 반 만에 영주권이 나온다.

▷작년 캐나다가 받아들인 이민자는 25만여 명. 그중 한국인은 제3국을 경유한 이민자를 포함해 6178명으로 1, 2위 중국, 인도에 이어 8위였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정착지는 토론토와 밴쿠버다. 현지 일간지 밴쿠버선의 조사 결과 밴쿠버 전화번호부에는 중국계를 포함해 리(Lee)씨 성이 5800가구로 가장 많았다. 리씨는 중국 한족(漢族) 인구의 8%를 차지하는 최대 성씨여서 중국계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한국계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이는 김(Kim)씨는 2400가구로 5위였다.

▷캐나다로 자녀를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 요즘 루니의 초강세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연초 루니당 800원 수준에서 최근 급등해 970원까지 20%가량 오른 탓이다. 캐나다에선 영주권자가 아닌 유학생의 경우 공립학교라도 연간 약 1000만 원의 학비를 내야 한다. 생활비는 1500만 원 안팎이 든다. 요즘 환율로 치면 총 500만 원을 더 송금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은 연초 930원에서 908원까지 하락했다. 환율 역전에 캐나다 유학생 부모들 입에서 한탄이 나올 만하다.

▷루니화 강세로 캐나다인들은 미국으로 원정 쇼핑을 간다. 밴쿠버에서 미국 시애틀까지는 250km로 평소 2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주말이면 국경을 통과하느라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혼잡을 피하려는 온라인 쇼핑객들의 주문도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나 일반 소포나 우편배달이 지장을 받는 상태다. 이 바람에 밴쿠버 이, 김씨들의 사업은 문제없는지 모르겠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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