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잘 배우겠다는 교육 열망 억눌러서 될 일인가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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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는 평등주의 교육관에 매달려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고사(枯死)시키려는 정책을 고집스럽게 폈다. 그러나 이런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특목고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지역 9개 외국어고의 내년도 평균 입시경쟁률은 지난해 6.78 대 1보다 높은 8.56 대 1을 기록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교육부가 어제 발표한 특목고 대책은 외국어고에 대한 적대(敵對) 기조 그대로다. 내년 2월까지 확정되는 2009학년도 특목고 입시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과지식 중심의 구술 면접을 제한하고 편법 운영 시엔 특목고 지정 취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정부 교체를 앞두고 외국어고에 대한 ‘사형선고’를 잠시 미뤄 놓은 것이다. 교육부 방안에는 외국어고를 국제고로 전환시킨 뒤 입시를 없애고 선(先)지원 후(後)추첨으로 학생을 뽑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외국어고까지 평준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발상이다. 평둔화(平鈍化)코드의 포로가 된 전교조와 현 교육부에는 더 기대할 게 없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를 100개 세우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가 통합신당과 전교조한테서 ‘귀족교육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자사고 정원의 30%를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선발토록 하고 등록금과 생활비를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질 높은 수월성(秀越性) 교육으로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면서도 가난한 수재들에 대해 특별 배려를 하겠다는 것이다. 중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기반 강화라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그러나 필답고사를 금지하고 학생부와 면접만으로 자사고 입시를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은 학교의 학생 선발권을 침해한 현 정부의 대입 통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재고(再考)돼야 한다.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는 전국에 300개의 우수 공립고를 세우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후보의 자사고 정책에 대해서는 “부자 아이는 1000만 원 들어가는 자립형 사립고 가고, 서민 아이는 특별하지 않은 학교에 갈 것”이라고 공격했다. 정 후보의 정책은 대체로 전교조 코드와 비슷하다.

국내에서 질 높은 교육 기회를 차단하면 해외유학이 더 늘고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기 어려운 중산층 이하의 가정만 피해를 보기 쉽다. 대통령 후보라면 나라와 후세들의 장래를 진심으로 염려하면서 정책을 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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