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대선 후보 품평 개그

  • 입력 2007년 10월 26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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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기어코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 “원칙을 유지하지 않은 이인제 씨를 이기기 위해 전력투구하다 보니까 대통령까지 됐다”고 말했다. 3당(민정, 민주, 공화) 합당 참여, 신한국당 경선 불복, 새천년민주당 이적(移籍)으로 이어진 이 씨의 ‘보따리 행적’이 승리하는 ‘기회주의의 역사’를 막아 내 ‘원칙의 역사’를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대해 “원칙의 문제가 있다. 스스로 창당한 당을 깨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심지어 정 후보를 빗대 ‘기회주의자’라는 말도 했다. 손학규 씨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그 사람이 어떻게 범여권 후보냐”며 역시 기회주의자로 단정했다. 정 씨와 손 씨가 1, 2위 경합을 벌인 신당 경선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엔 관심이 없다”고까지 했다.

그래 놓고는 그제 홍보수석실을 통해 “(신당이) 후보를 뽑아 놓고 당내에서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원칙론으로 보면 이인제, 손학규, 정동영 씨 모두 말로는 대의(大義)를 외치면서 행동은 이익을 좇은 기회주의자다.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장 두 번에 통일부 장관까지 지내고도 국정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을 깨고 ‘국민 눈속임용 정당’을 급조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제 와서 “그건 나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의 문제”라며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를 주고 있다. 정 후보의 기회주의는 인간적 차원이고 이, 손 씨는 대의와 원칙에 관한 문제라니 그건 또 어느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궤변인가.

노 대통령은 가칭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분”이라고 평했다. 기막힌 개그다. 문 씨는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 신경쟁력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환경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 입각 제의까지 받았다는 인물이다. 지지율이 뜨면 아는 분, 안 뜨면 모르는 분인가.

대통령 본인은 지능적으로 대선 판을 끌고 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노무현 연구’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정 후보 역시 친노(親盧)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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