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외신까지 편 가르는 참여정부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보의 중요성,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한 언론매체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오해가 적지 않다. 아무리 전문적 훈련을 받은 언론인이라 해도 각자의 시각 내지 선입견에 따라 같은 사실이라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도 다양한 언론매체가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보도하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이다.

NYT-WP 간담회 배제 납득 안돼

물론 모든 국민이 언론에 대한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국민은 여러 언론매체 중에서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으며 명백한 오보 내지 왜곡 보도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언론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특정 언론만을 선호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언론의 생명은 자유다. 언론의 자유는 또한 민주주의의 초석으로서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그런 언론 자유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언론의 다양성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언론에 대한 중립적 태도가 요구된다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마치 일반 국민과는 달리 대통령에 대해서는 선거 중립이 요구되듯이 정부에 대해서는 언론에 대한 중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 중립을 극단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언론의 왜곡 보도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할 수도 있으며 언론이 정부에 대해 불법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언론에 대한 편 가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친정부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나눠 각기 보도의 기회나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차별을 둔다면 정부 비판을 통한 언론의 민주적 기능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의 외신기자 간담회는 그런 의미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미 국내 언론과 갈등을 빚어 왔던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한 외국 언론을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세간의 의혹대로 이들 언론매체에서 노무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것이 그 이유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비판에 대해 겸허하지 못한 정부는 오만과 독선에 빠지기 쉬우며 결국은 그 민주성조차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 언론과의 갈등을 외국 언론으로까지 확장한다면 정부의 입지는 오히려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력이 신장됐다는 것을 믿고 국제적으로 오만과 독선을 부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여러 측면에서 역효과가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오만한 나라” 역효과 부를 수도

정부의 외신기자 간담회 참석자 제한뿐만 아니라 간담회 중에 나왔던 노 대통령의 발언 또한 심각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의 체결과 관련해 북한의 사과나 배상을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일축한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 힘든 편향된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무엇이 옳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가운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언론에 대한 편향적 태도와 마찬가지의 독선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독선적 태도가 정부의 왜곡된 언론관을 통해 자칫 언론의 다양성에 대한 억압, 나아가 언론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을 정부는 알고 있는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과연 어떤 형태로 표출될 것인지를 정부는 알고 있는가?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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