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국민 차별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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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국제부 기자들은 종종 이렇게 자조(自嘲)한다. “인도에서 1000명이 죽으면 무시해도 되지만 미국에서 10명이 죽으면 기사를 써야 한다.” 인간은 다 고귀한 존재임에도 재해가 흔한 나라, 그것도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 나라의 국민과 초강대국 미국 국민에 대한 뉴스 비중이 같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자조다. 하긴, 같은 우리나라 국민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는 판인데 국가별 차이쯤이야 대수일까.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무장 해적들에게 납치돼 4개월이 넘도록 억류돼 있는 ‘마부노호’의 한국인 선원 가족들이 그제 외교통상부를 찾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아프가니스탄 인질들과 똑같은 국민인데 왜 이렇게 대처 방식이 다르냐”는 것이다. “정부가 가지 말라는 곳에서 선교를 하다 납치된 인질들은 구해 내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납치된 우리 가족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느냐”는 항변이다. 맞는 말이다. 다 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누구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구출하고, 누구는 버려 둔 듯하니 어찌 속이 터지지 않겠는가.

▷“아프간 인질은 23명인 데다가 시시각각 살해 위협을 받았지만, 피랍 선원은 4명에 몸값을 노린 납치가 분명해서”라고 할지 모르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선원들도 극도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들은 “해적들에게 수시로 맞아 이가 부러지고 고막이 터진 사람도 있다”는 끔찍한 소식까지 들었다. 그렇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뭐하고 있는가. 아프간 인질을 구해 냈다며 사진 찍고, 보도자료 돌리며 ‘나 잘했지’ 하던 김만복 국정원장은 어디 갔나.

▷김 원장은 “앞으로도 우리 국민이 위협에 처하면 사지(死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소말리아 인질은 외국인인가. 김 원장은 어제 국정원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아프간 인질 구출로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피랍 선원과 가족들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들도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하라고 관심을 표시했어야 옳은데 그런 소식은 없어 유감이다. 청와대 식구가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 번 생각해 보라.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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