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특집]현장에서/카드 수수료 ‘정치적 해결’의 함정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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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맨큐의 경제학’에는 “가격 통제는 돕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다”는 구절이 나온다.

임대료를 규제하면 부동산업자들이 집을 수리하거나 신축하지 않아 집 없는 이들이 집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금융 전문가 방식이 아닌 정치하는 사고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발언하자 금융계에서는 전형적인 가격통제와 비슷한 발상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문제는 정치논리로 가격 통제를 했을 때 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여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다한 수수료 인하는 결과적으로 일반 시민과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수료 인하로 악화된 수지를 맞추기 위해 카드사들은 소비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릴 공산이 크다. 영세 자영업자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카드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가맹점 계약을 포기하게 되고, 그러면 피해는 자영업자에게 돌아간다.

이달 초 입법예고된 대부업 최고이자율 상한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대부업체가 손해를 보지 않는 대출금리 수준은 연 42∼80%로 대형업체를 제외하면 49%의 이자상한선을 맞출 수 있는 업체는 많지 않다.

결국 중소 대부업체들은 신용도가 좋은 우량 고객에게만 대출해 주거나 지하로 숨어 불법 영업을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급전이 필요한 서민에게는 이롭지 않은 결과다.

신용카드 수수료와 대부업 최고이자율을 내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내리더라도 경제적 시각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 논리로 문제를 푸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다 보면 장기간의 연구와 토론에도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 논리로 푸는 게 간단하고 쉬워보일 수 있다. 발언의 당사자가 권력자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경제의 관점에서 선후관계를 따지지 않고 접근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점만은 기억해야 한다. 금융계가 우려하는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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