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유욱준]‘21세기 성장동력’ 생명과학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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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은 20세기 들어 20년마다 다섯 차례에 걸친 획기적 발전으로 인간의 일상생활에 혁명적인 변화와 혜택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현미경의 발명이다.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발견해 전염병을 퇴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둘째, 분석기기 덕분에 비타민의 구조를 볼 수 있게 됐고 이를 생명과학에 응용함으로써 인간의 평균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기여했다.

세 번째로는 정제기술이 발달하면서 효소 작용을 규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어떻게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만들고 분해하면서 살아가는지 이해하게 됐다. 네 번째는 모든 생명체의 운영정보가 DNA에 있으며 이것이 유전물질임을 밝혀낸 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20년 동안 컴퓨터와 인터넷이 크게 발전해 유전물질을 총체적으로 분리해 분석하고 재조립하는 기술을 확립했다.

이처럼 100년간의 발전을 거친 후 생명과학자의 눈에 질병의 원인이 보였다. 또 새로운 개념의 바이오 신약을 만드는 방법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신약과 치료법을 개발하려는 많은 노력과 업적이 축적되면서 최근 10년 사이에 바이오 벤처가 많이 생겼다.

바이오 벤처가 상품화한 20여 가지의 바이오 신약은 각각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기 위해 임상시험 중인 바이오 신약만도 200가지에 이른다. 이런 과정에서 생명과학자가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사례가 늘었다.

다른 분야의 기술개발 덕분에 발전한 생명과학은 이제 거꾸로 공학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되면서 큰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화학과 화공 분야는 오래전부터 바이오 관련 연구를 주요 연구 내용으로 다룬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비롯한 미국의 일류 공대에서도 기계공학과와 전자공학과 교수 중 상당수가 생명과학과 연계된 연구를 하고 있다. 생명과학 관련 주제가 공대의 첨단 분야로 각광받는다.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 오세아니아 생화학자 및 분자생물학자연맹 국제학술대회의 테마는 ‘생명 통합을 위한 과학과 기술’이었다. 생명현상 연구는 여러 영역의 과학 및 기술 연구가 집약됨으로써 생명현상을 규명하고 응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았다.

국내에서 이공계 지망생의 상당수가 의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의대를 졸업한 후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학자가 적지 않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연구 분야를 자유로이 택할 수 있는 생명과학 관련 분야에서 소질을 발휘해야 자기실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시 확인했듯이 의학과 생명과학과 공학이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는 추세다. 많은 의사가 생명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의과학 또는 의공학 연구에 매진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는 많은 전문의가 진료 현장을 떠나 이학박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단순히 학위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분야의 장래성을 보고 재투자를 하는 것이다.

하나의 중요한 연구는 연구자 한 사람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다. 나라의 경쟁력을 키우고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여한다. 생명과학 분야의 인재는 성장의 동력이 된다. 젊은이가 그런 미래를 위해 자신을 던지도록 정부와 기업과 학교가 격려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부 교수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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