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주자 X파일’ 국정원 유출 가능성 정말 없나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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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경선 후보와 관련된 정체불명 자료의 생산 및 유통의 배후로 국가정보원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당 공작정치저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일 국정원을 방문해 ‘국정원 역할론’과 ‘당 후보 흠집 내기 태스크포스(TF) 구성’ 여부에 대해 따졌고, 이재오 최고위원은 어제 “국정원 국내담당 책임자의 지휘로 2005년 3월부터 9월까지 ‘이명박 X파일’을 만들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이 두 대선주자와 관련된 ‘X파일’의 생산, 선별, 유통에 개입했다는 확증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언론과 여권 인사들에 의해 폭로된 이 후보의 주민등록 이전이나 부동산 문제, 박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고(故) 최태민 씨 신상보고서는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현 원장 재임 중엔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과거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 시절부터 만들어진 자료가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에 의해 유출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정치 불개입’을 다짐한 만큼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고 일축만 할 게 아니라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정보기관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정치적 중립은 없다. 의지만 있다면 관련 자료의 유무는 물론이고 컴퓨터 시스템에서 자료가 들고 난 흔적을 밝히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 장영달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의 발언으로 보더라도 국가기관의 정보 유출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전 총리가 이, 박 두 후보를 향해 “한 방이면 간다”고 한 것이나, 장 원내대표가 “중요한 자료들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한 것을 단순히 여권의 약세를 만회하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 ‘한 방 거리’ 정보를 쥐고 있다면 역대 정권 때의 경험에 비추어 그 출처가 어디일지는 짐작할 만하다.

국정원이 도청이나 정치 개입 같은 과거의 음습한 행태와 단절하고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면 ‘보이지 않는 손’의 선거 개입을 차단해야 한다. 국정원이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지 않으면 또다시 관련자들이 국정원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수모를 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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