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朴 의혹’ 키워 무능정권 연장하려는 與圈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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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여권의 검증 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겠지만 국회를 대선주자 검증 무대로 이용하는 것이나, 증거도 없이 ‘치고 빠지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의혹 제기도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이어서 그 의도 또한 순수하게 봐 주기 어렵다.

열린우리당이 어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BBK(김경준 씨가 투자사기에 이용한 자산관리회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국회에 요구한 것부터가 이치에 안 맞다. 한나라당 후보검증위원회가 검증 작업을 하고 있고, 상대방인 박근혜 전 대표 측도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므로 한나라당에 맡기면 될 일이다. 국정을 논의해야 할 국회에서 이 문제를 꺼낸 것도 부족해 국정조사까지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직권 남용이다.

장영달 원내대표가 어제 당 회의에서 “(우리가 이, 박 두 사람을 꺾을) 중요한 자료들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자료들이 있다면 증거와 함께 공개하면 될 텐데 마치 이 두 사람에게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것처럼 말을 흘리는 것은 전형적인 후보 흠집내기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흑색선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청와대가 이 전 시장 측의 ‘청와대 음모론’ 발언을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도 과하고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치적으로 대응해도 충분한 일을 오히려 크게 키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 박 두 사람을 비난한 것이나, 박 전 대표가 관련된 정수장학회 재산의 원상회복 방안 검토를 정부 부처에 지시한 것부터 부적절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의도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범여권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에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 모두를 흠집 내겠다는 것이다. 정정당당한 대결이 아닌, 그런 식의 꼼수와 네거티브 전략으로 정권을 연장하려 한다면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일이다. 남의 당 대선주자들의 발목 잡을 생각일랑 말고 제 할 일이나 잘해야 한다. 청와대는 국정이나 열심히 챙기고, 여권은 ‘간판 바꿔 달기 통합 놀음’이나 빨리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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