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魏大韓선수’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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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프랑스 국가대표로 출전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 선수 티에리 앙리(30)는 파리 빈민가에서 나쁜 짓을 일삼던 불량 소년이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축구는 그를 바꿔 놓았다. 그는 지난해에만 198억 원을 번 발군의 스트라이커로 프랑스의 자랑이다. “항상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최근 빈곤 아동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해 박수를 받았다. 만일 그가 축구를 안 했다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프로야구 SK의 투수 위대한(20) 선수가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과거 행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일부 누리꾼의 공격을 받자 “죄송하다.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프로 입문 4개월 만에 마운드를 떠난 것이다. 과거 행적이란 부산고 야구부 시절이던 16세 때 강도 등으로 보호시설에서 1년여 생활했던 일을 말한다. 이후 그는 야구에 전념해 미국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표적이 될 정도로 성장했고, 지난해 SK에 입단했다.

▷2003년 그가 처음 범죄를 저질러 법정에 서게 됐을 때 부산고법 판사였던 김수형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실형 대신에 그를 석방했다. ‘제2의 선동렬’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부산고 야구부 조성옥 감독의 선처 호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범죄에 빠져 결국 보호시설 신세를 지게 된다. 이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뒤늦게 논쟁이 벌어졌다. 그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김성근 SK 감독은 “자질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김 판사는 “어린 시절 잘못이므로 선수 생활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며 “그가 야구 이외에 어떤 일을 더 잘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누구든 죗값은 치러야겠지만 앞길이 창창한 그가 한때의 잘못으로 평생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 다른 일도 아니고 야구만 하겠다니, 관용은 이럴 때 필요한 말이자 행동 아니겠는가. 물론 그가 다시 야구를 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않아야겠지만….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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