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실착이 흑 ○.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수에 대해서는 전보(前譜)에 설명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바로 건너지 않고 돌아간다는 소리를 듣는 이창호조차 별 의심 없이 움직일 만큼 당연하게 여긴 자리였다. 이 단호한 끊음으로 백이 그로기에 몰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 66이 놓이자 흑이 덥석 문 것이 살점 없는 가시였음을 알게 됐다.
백 66에 11분, 흑 67이 10분, 백 68은 9분, 흑 69는 20분, 백 70은 3분. 그리고 흑 71이 놓이는 데 무려 26분이 걸렸다. 이곳 여섯 수가 소비한 시간만 1시간 20여 분. 승부처임을 직감하고 사력을 다하고 있다.
좌하귀 백은 70으로 살았다. 다음 참고1도나 참고2도 흑 1로 잡자고 덤벼봐야 모두 백이 크게 사는 수가 있다. 이렇게 살고 나면 ‘가’와 ‘나’가 맞보기라 흑만 바빠진다. 흑 71로 후퇴한 이유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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