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FTA, 先進化의 발판 삼자

  • 입력 2007년 4월 3일 00시 02분


2007년 4월 2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개방과 국제화를 향한 의지를 거듭 분명히 했고, 초강대국 미국의 긴밀한 경제 파트너로서 우뚝 설 것임을 내외에 천명했다. 이웃 일본에선 벌써 ‘일본 기업의 한국 이전(移轉)’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합의 내용에 대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윈윈의 결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고, 카란 바티아 미 무역 대표부 부대표는 “21세기형 강력한 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을 상대로 당당히 협상해 호혜적 합의에 이른 과정도 훌륭했다.

한미 양국의 경제 및 산업 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며 우회수출, 직접투자, 기술협력까지 감안할 때 미국은 여전히 우리의 최대 전략시장이다. 한미 FTA는 미국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제3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다. 또 한미 통상마찰 완화, 외국인직접투자 유인(誘因) 증대, 국가 신뢰도 제고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 본부장과 김종훈 수석대표가 이끈 협상팀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제는 기업과 국민이 함께 뛸 차례다. 큰 시장이 열리고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경쟁력까지 생기지만 기업과 국민이 뛰어들지 않으면 소용없다. 넓은 시장과 좋은 일자리를 챙길 것인지, 아니면 갈등과 미국화(化)의 부작용에 시달릴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공짜는 없다. 이번 기회에 경제와 사회제도 전반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치고 바꿔야 한다. 이에 필요한 구조조정 노력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래야 재도약과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샌드위치’ 처지에서 탈출할 성장 동력을 한미 FTA에서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타결이었지만 한국의 교육, 의료서비스 부문이 논의조차 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다. 소비자로서는 여전히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들 부문은 내부 준비과정을 거쳐 앞으로 추가 개방작업을 해야 한다. 그에 앞서 국내에서라도 서비스의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

한미 FTA 협정문은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미 의회는 쇠고기 자동차에 대해 한국시장을 목표만큼 열지 못했다고 불만이다. 우리 국회의 비준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일부 여권(與圈) 및 ‘자칭 진보’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5월 중순 공개될 협정문 초안을 겨냥한 선동적 반대운동이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초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컨센서스가 절실하다.

후속 절차가 순조롭더라도 한미 FTA는 2009년에나 공식 발효된다. 그때까지 할 일이 많다. 한미 FTA로 손해를 보는 기업과 근로자에 대해서는 무역조정지원법 등을 활용해 지원책을 찾아야 한다. 농업을 포기하는 농민이나 제조업 서비스업 분야 실직 근로자에 대한 재취업 훈련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전제로 한 지원이어야 의미가 있다. 지원 방안을 만드는 ‘대내(對內) 협상’도 국가적 비전과 우선순위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선행돼야 할 것은 각종 정부 규제의 대폭적인 완화다.

한미 FTA는 안보 전략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12년 이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따라 크고 작은 허점이 생길 한미 군사동맹을 ‘경제동맹’으로 보완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한 차원 높은 ‘포괄적 동맹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의 지역 패권(覇權) 경쟁, 6자회담의 진전에 따른 북-미, 북-일 관계 개선 등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길이다.

정치권, 사회단체 등은 FTA 반대로 국가 선진화의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FTA 이후’를 준비하는 일만도 벅찬 상황인데, 파괴적 반대투쟁으로 국력을 낭비할 것인가. 협상 결과의 산업별, 시나리오별 영향과 충격을 점검하고 피해 분야 지원 방안 마련에 바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대선주자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표(票)를 의식해 진실을 호도하고 민심을 교란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잘못을 더 저질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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