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포커페이스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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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확정가(家)는 58집. 백은 55집을 확보했다. 흑이 둘 차례이나 덤 6집반이 만근의 무게로 짓누른다. 근소한 차이지만 이대로 가면 진다. 1 대 0과 2 대 0의 스코어는 천지차이다.

흑 131에 국수가 쓴 시간은 무려 27분. 남은 시간을 죄다 쏟아 부을 정도로 형세가 여의치 않지만 이렇게 두텁게 두면서 차분히 반전을 노리는 게 국수의 스타일이다. 이 수가 놓이면 좌상귀의 백대마도 허약함이 드러나기 때문에 함부로 상변 흑에 뛰어들 엄두를 못 낸다. 흑 131은 백 ○ 한 점을 거둬들이면서 상변을 간접적으로 보강한 수다.

승부세계에서 포커페이스를 왜 무서워하는가. 형세가 불리한 데도 이처럼 태연히 두어오면 오히려 유리한 쪽이 반신반의하게 된다. 빈틈은 자기의 우세를 의심하는 순간 생긴다. 남은 4분을 마저 쓰면서 백 134로 밀고 들어간 수는 불안감이 슬며시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참고도 흑 1, 3을 기대한 수이나 흑 135로 비껴 받으니 공연한 수가 됐다. 집으로 전혀 이득도 없다. 이 탓에 거꾸로 흑 ‘가’로 젖혀 잇는 끝내기를 가능하게 해주어 2집 손해를 보았다. 백 134의 수는 그냥 136에 두어야했다. 미세한 국면에서 2집 손실은 치명적이다. 여기서 바둑이 뒤집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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