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현]中에 탈북자 난민 인정 촉구하라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지난해 10월 11일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세 가족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으로 강제 송환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선양(瀋陽)의 한국 총영사관과 중국 공안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이 협의한 절차에 따라 한국 입국을 기다리며 총영사관이 제공한 숙소에서 머물다가 중국 공안에 갑자기 체포됐다.

국제협약 무시한 강제북송 막아야

최근 탈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신분과 탈출 동기가 다양해지고 있다.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가 관련된 국제적 문제가 됐으므로 외교적, 정치적 차원은 물론 국제법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제3국에 체류하는 탈북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난민 지위의 인정이다. 국제법상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 국제법적 보호와 더불어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적용받으므로 강제 북송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난민협약은 정치적 의미를 중심으로 난민을 좁게 해석했다가 최근에는 경제적, 인도적 난민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한다. 왜 탈북자는 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강제로 북송되는가?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체결한 ‘변경지역에서의 국가안전 및 사회질서 유지 협력에 관한 의정서’를 이유로 탈북자를 북한으로 송환한다. 이는 일반 형사범죄자나 출입국관리법상의 단순한 불법 입국자에게 적용되는 조약일 뿐 국제법상 난민의 지위가 인정되는 탈북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중국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 헌장에 따른 국제법 준수 의무와 기본적 인권의 존중 의무가 있으므로 이런 처사는 용납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유엔 회원국 자격으로 중국에 난민협약 등 국제법 준수를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 고도 경제성장으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는 다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강제 송환 조치에 단호하고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통상 마찰을 우려해 저자세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단기적으로는 약효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국제무대에서의 주도권을 중국 측에 내 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

정부는 난민 지위의 인정과 난민협약의 준수를 중국으로부터 이끌어 내고 잠정적 보호 조치가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옛 유고연방의 내전으로 발생한 대량 난민을 독일 정부 내 보호시설에서 일정 기간 보호했던 전례가 있다.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법률적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대부분의 탈북자가 한국행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국내로 데려오는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탈북자가 많이 접근하는 한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중심으로 탈북자 전담반을 구성하는 법령이 필요하다. 업무 지침과 책임 소재를 제도화해서 탈북자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보호하자는 뜻이다.

대사관 업무지침 마련도 시급

최근 정치권에서 ‘북한인권의 날’을 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탈북자와 북한 주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탈북자와 북한 주민의 문제는 더는 남북한 양자 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이슈로서 많은 강대국과 주변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문제다.

탈북자가 난민으로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정작 중국이 난민협약을 무시하고 그들의 인권을 짓밟는다면 국제법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만다. 정부는 끊임없이 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북한인권의 날과 같은 행사를 통해 국민의 하나된 목소리를 들려줘 중국의 태도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 위원장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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