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헌, 탈당, 민생 표류, 공허한 비전 2030

  • 입력 2007년 2월 5일 2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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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정부는 국민 다수가 외면하는 개헌에 골몰하고 있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침몰하기 직전의 난파선 모습이라 국정이 어디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 없다. 국민은 민생을 걱정하는데 키를 잡은 정부 여당은 정치게임에 빠져 뜬구름 같은 정책이나 내놓고 있다.

어제 정부는 2년 일찍 취업하고 5년 늦게 퇴직하도록 하는 내용의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전략’이란 것을 발표했지만 공허하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과제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알겠으나 문제는 당장의 일자리 부족이다. 이를 개선할 방도는 없이 무슨 수로 미래의 인력에 더 오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임기 1년을 남겨 둔 정권이라면 당장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투자와 소비를 왕성하게 해서 일자리를 더 만들 방안을 내놓는 게 정상이다. 20여 년 뒤의 일은 다음 정권으로 넘겨도 별 지장이 없다. 지금 탁상에 앉아서 그림을 그려 봐야 언젠가 휴지가 되기 십상이다. 더구나 학제 개편 같은 것은 야당과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러니 어제 발표 내용은 대선을 겨냥한 ‘군 복무 단축’ 카드를 합리화하기 위해 꿰맞추기 식으로 내놓은 장밋빛 그림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대통령은 개헌을 계속 밀어붙일 태세다. 대통령은 “국정, 경제, 민생에 전념하라는 것은 욕”이라고 했지만 정치적 이슈보다는 경제, 특히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대통령 눈에는 ‘이 정권에서의 개헌엔 반대’라는 여론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국정 실무를 다잡아야 할 한명숙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정부 안에 개헌지원추진단을 구성하고 국민과 국회에 대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아무리 여당 출신 총리지만 정치적 중립 의무를 팽개치고 개헌 총대를 메는 것은 탈선이다.

어제 임시국회가 개원했으나 분당(分黨) 위기에 직면한 여당이 기능 마비에 빠져 ‘개점휴업’ 상태가 우려된다. 현재 국회에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포함해 사법개혁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1·11부동산대책 후속 법안 등 약 3000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처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당정 협의까지 삐걱거리니 ‘입법 레임덕’이란 신조어가 그럴듯하게 들린다.

대통령부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정 난맥의 현실을 바로 보고 해법을 찾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오늘 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부터 개헌과 정치가 아닌 민생을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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