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름 위의 대통령

  • 입력 2007년 1월 23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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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신년 특별연설에서 “경제는 잘 가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노사 문제, 국가 미래전략 등 다른 모든 분야도 제대로 굴러가고 있다고 했다. 현장의 실상을 모르는 ‘구름 위의 대통령’임을 여실히 보여 줬다. 많은 국민이 “이런 연설을 하려고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방송 전파를 독점했는가”라고 냉소할 만하다.

대통령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줘야 된다”고 했다. 이 정권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 줬는가. 기업 유보자금이 수십조 원 있어도 제때 국내에 투자할 수 없게 하고, 해외로의 투자 이탈을 부채질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은 “땅값,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 줘야 한다”고 했다. 이 정권이 땅값을 안정시켜 줬나. 균형발전 운운하며 전국적으로 투기를 부추기고 땅값을 급등시킨 게 누구인가.

대통령은 “기업들이 더는 청와대 눈치 보지 않는다”고 했다.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무기 삼아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킨 것이 이 정권이다. 잠재성장률 이하의 저성장이 수년째 계속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경제는 누가 어떤 거짓말을 해도 ‘불임(不姙) 경제’다. 대통령은 기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건강검진 결과는 좋다’고 강변하는 꼴이다.

대통령의 말은 한마디로 지금의 민생고가 자신과 이 정권의 잘못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국민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반성을 기대했지만 들은 것은 자화자찬과 핑계뿐이다.

그는 “역대 정부는 무리한 경기정책으로 많은 후유증을 물려줬지만 참여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이미 너무 올라버린 집값, 땅값으로 인한 후유증은 제쳐두더라도 저성장 기조와 금융위기설까지 나오게 하는 가계부채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스스로 한미 FTA 반대파 설득을 위해 국민과 대화 한번 가진 적이 없다. 이제라도 확고한 신념과 결단으로 FTA 하나라도 완결 짓는 게 평가받을 길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고, 무(無)오류의 망상에 빠져 모든 것을 야당과 언론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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