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강 미니기업가다]<4>요트제조 네덜란드 ‘로얄 하위스만’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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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요트 기업인 로얄 하위스만이 생산하는 ‘아테나’. 판매가가 7500만 유로(약 900억 원)나 되는 초특급 ‘꿈의 요트’다. 로얄 하위스만은 고객의 ‘꿈’을 그대로 담은 요트를 만들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사진 제공 로얄 하위스만
네덜란드 요트 기업인 로얄 하위스만이 생산하는 ‘아테나’. 판매가가 7500만 유로(약 900억 원)나 되는 초특급 ‘꿈의 요트’다. 로얄 하위스만은 고객의 ‘꿈’을 그대로 담은 요트를 만들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사진 제공 로얄 하위스만
특급 요트 ‘아테나’의 내부 모습. 200여 평의 공간에 파티공간, 거실, 식당, 침실 등이 마련돼 있다.
특급 요트 ‘아테나’의 내부 모습. 200여 평의 공간에 파티공간, 거실, 식당, 침실 등이 마련돼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동북쪽으로 60km가량 떨어진 폴렌호버. 이곳에 세계 최고급 요트 제조사인 로얄 하위스만 본사가 있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에 나라 전역이 운하로 뒤덮여 있는데 이 회사도 운하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사무실 곳곳에는 ‘If You can dream it, We build it’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고객이 꿈꾸고 원하는 대로 요트를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이 잘 담긴 글귀였다. 현장에서 만난 임직원들도 ‘You(고객)’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123년 역사를 가진 이 회사는 고객과의 ‘호흡’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기업이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수십억∼수백억 원인 요트 사업의 특성상 고객의 요구를 얼마나 제품에 잘 반영하느냐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30m급 요트는 1500만 유로(약 180억 원)에, 최고급 제품인 90m급은 가격이 7500만 유로(약 900억 원)나 된다.

이 회사는 최고의 제품만을 고집한 덕에 1년에 두세 척의 요트만 팔아 연간 15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이익도 연간 200억 원을 넘는다. 현재 운항 중인 전 세계 고급 요트의 절반 이상은 이 회사 제품이다.

직원 360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무엇을 ‘무기’로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 고객의 꿈을 담아 요트를 만든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만드는 넷스케이프의 창립자 짐 클라크 씨는 1997년 말 로얄 하위스만의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직접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인터넷 열풍으로 억만장자가 된 그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트를 만들기 위해 이 회사까지 찾은 것이다.

그는 로얄 하위스만과 함께 1년에 걸쳐 요트 외형에서부터 내부 디자인까지 긴밀히 협의했다.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 중에도 클라크 씨는 20여 차례 제작 현장을 방문해 자신이 ‘꿈꾸던 대로’ 요트가 만들어지는지 점검했다.

결국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59m급의 대형 요트 ‘하이페리온’이 완성됐다. 첫 작품에 감동한 클라크는 2001년 다시 90m급 요트를 주문했고, 3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2004년 말 초대형 호화 요트 ‘아테나(Athena)’를 탄생시켰다.

유리 잔드베르헌 디자인 담당 이사는 로얄 하위스만의 핵심 성공 비결이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반영하는 제작 시스템’에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 제품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기호는 매우 까다로워서 쉽게 충족시키기가 어렵죠. ‘까다롭다’는 전제만 있을 뿐 고객 스스로도 자신의 요구(needs)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는 “로얄 하위스만의 명성은 고객들의 잠재된 꿈과 요구를 끄집어 내 설계와 제작 과정에 철저히 반영하고 결과적으로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노하우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고객의 요구를 속속들이 파악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수시로 미팅을 한다. 고객의 예산에 맞춰 배의 크기를 결정한 뒤 가구 디자인에까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고객의 세밀한 요구까지 반영하기 위해 일부 전자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테리어 품목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공장 일부에서는 직원들이 선반, 탁자 등을 손으로 만들고 있었다.

고객들이 요트 제작 과정을 직접 즐길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회사의 전략 중 하나다. 마이클 홉스테인 마케팅 담당 이사는 “대부분의 고객은 요트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에 푹 빠지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져 재구매가 이뤄지고 주변에서 좋은 평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지역 공동체가 기술력의 힘

임원의 안내를 받아 요트가 만들어지는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현재는 5대가 건조되고 있었다. 2008∼2010년에 완성되는 제품이었다.

제작 중인 60m급 요트의 갑판에서는 수십 명의 직원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갑판에 올라 20m 아래 바닥을 내려다보니 아찔했다.

특징적인 것은 시끄러울 정도로 직원 간 대화가 활발하다는 것이었다. 직원의 80% 이상이 이 지역 출신이라 친밀도가 높다고 했다. 형제, 부자 등 가족이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 간에 ‘숟가락 수’까지 속속들이 알고 지낸다.

잔드베르헌 이사는 기자를 안내하던 중 한 생산직 직원에게 “지난 주말 부인 생일이었지. 축하하네”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직원들이 지역 공동체의 끈으로 묶이면서 자연스럽게 기술력도 높아진다는 것.

회사 측은 “폴렌호버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잘 이주하지 않기 때문에 회사도 채용 과정에서 지역 주민을 우대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교감하고 노하우에 대해 스스럼없이 대화하면서 각자의 기술이 상대에게 전수되고 또 새로운 기술도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잔드베르헌 이사는 “대다수의 직원이 요트 자체를 사랑하고 제작 과정을 즐겨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암스테르담=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꿈의 요트 ‘아테나’길이 90m에 초호화 내부… 1척 900억원▼

‘Goddes of the Sea and Zeus of the Sail(바다의 여왕 & 항해의 제우스).’

로얄 하위스만을 대표하는 최고급 요트 아테나(Athena)의 별칭이다. ‘여왕’과 로마 신화의 주신(主神)인 ‘제우스’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이 요트는 명품(名品) 중의 명품이다. 90m의 길이로 개인용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요트다.

판매가는 7500만 유로(약 900억 원).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만드는 마이바흐(약 8억 원)를 112대나 살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2004년 넷스케이프의 창립자인 짐 클라크 씨의 주문으로 처음 선보인 이 요트는 최첨단 설계 기술과 장인들의 노력이 결합된 로얄 하위스만의 걸작이다. 최고의 성능을 보이면서도 클래식한 품격이 느껴져 세계적인 명사들이 가장 탐내는 배다.

특급 호텔보다 더 화려하게 장식돼 있는 내부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운 가구와 첨단 전자제품들로 채워져 있다. 200평 안팎의 내부공간에는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별도의 공간과 거실 침실 등이 마련돼 있다.

이 회사 유리 잔드베르헌 디자인 담당 이사는 “아테나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강조한 디자인과 컴퓨터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첨단 과학이 결합된 명작”이라고 강조했다.

암스테르담=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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