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委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불필요한 조직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살아남기 위해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강화한다.” 공정위의 감시를 받는 데 지친 기업인들이 ‘경제검찰’ 공정위의 등 뒤에서 제기하는 날선 비판이다. 기업인들은 “강철규, 권오승 씨 등 교수 출신 공정거래위원장들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비대한 기구와 인원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결국 공정위 직원들은 방만한 조직을 유지할 명분을 쌓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해 “삼성, 현대차 등은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지만 국민적 기업”이라고 위태로운 발언까지 하며 기업투자에 줄기차게 찬물을 끼얹는다. 공정위는 글로벌 시장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살아남기 위한 기업 인수합병(M&A)에 대해 독과점 판정을 내려 해당 기업들에서 행정소송까지 당했다. 최근에는 영장 없는 계좌추적권을 무기한으로 갖겠다며 기업에 대한 족쇄를 더 조일 움직임이다. 경쟁국들은 시장과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고 앞 다퉈 규제를 풀고 있지만 우리 공정위는 역주행(逆走行)이 체질화됐다.

권력에 봉사하며 ‘집단利己먹이사슬’ 키워

규제를 움켜쥔 공정위 직원들이 공정하고 청렴하기라도 한가. 서울YMCA는 공정위가 다단계 판매업자들과 유착해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을 그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했다며 공정위를 검찰에 고발했다. 다단계 판매업체 제이유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관리 감독 책임을 소홀히 해 피해가 커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검찰은 공정위의 제이유 유착 의혹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 공정위 간부(3급)가 다단계 업체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됐다.

기업 과잉규제로 결국 民生더 힘들게 해

공정위의 탈선은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계열사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하다가 상품권을 제공받자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논의를 거쳐 받았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이런 공정위를 보며 수치심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공정위 직원들이 퇴직 후 ‘비싼 몸값’을 받고 민간기업, 로펌 등에 진입하는 것도 공정위의 규제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공정위 눈치를 봐야 하거나 공정위에 대한 로비가 필요하니 공정위 전관(前官)들을 우대채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공정위와 소송 중인 업체의 소송대리 법무법인에 공정위 간부가 연이어 영입됐다. 현직과 전직의 끈끈한 공생(共生)이다. 증거 없는 ‘대충 의결’과 전문성 부족은 공정위의 고질병이다.

공정위의 일탈(逸脫)은 권력에 대한 충성과 표리관계를 이룬다는 일부의 시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정치권력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전락한 공정위는 중소기업급 신문들을 제재하는 데 행정력을 과잉 행사하고 있다. 그 반대급부로 힘이 세지고 기업과 시장, 균형과 상식을 적대시하는 괴물이 돼 버리지 않았는가. 이를 스스로 성찰하고 시정할 공복(公僕)으로서의 자세와 양심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조직을 그냥 두고서 이미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국 경제를 되살린다는 것은 너무나 험난해 보인다.

기업들이 몇 년째 돈을 쌓아 두고도 투자를 못하는 현실은 결국 자영업자를 비롯한 개인파산이 연간 10만 건을 웃도는 상황과 연결된다. 기업 투자가 부진하니 안정된 기업형 일자리가 모자라고, 그래서 자영업자는 늘어나는데 국민 구매력은 떨어지니 민생고의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 가는데 ‘세금으로 철밥통 지키는’ 공정위 사람들은 그저 규제의 칼춤을 추는 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럴수록 자신들은 정책권력의 맛을 더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는 사이에 경제와 민생은 시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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