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굿샷 경영]기옥 금호석유화학 사장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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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금호석유화학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기옥(57) 사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몇 명 안 되는 ‘기획·재무통’이다. 1988년 그룹이 항공사업에 뛰어들며 아시아나항공을 만들 때 그는 ‘사번 1번’을 달고 회사 창립 실무를 도맡았다. 금호폴리캠 사장으로 있던 지난해에는 환율파동 속에서도 선물(先物)환거래로 큰 환차익을 내기도 했다. 그룹에서 운영하는 아시아나CC 대표를 맡았던 2000년에는 업계 최초로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냉정하고 차분한 판단이 중시되는 기업의 기획·재무 출신이라고 하면 흔히 딱딱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필드에서는 편안하고 친근한 골퍼로 알려져 있다. ‘다정한 옆집 아저씨’처럼 필드에서 늘 웃음을 잃지 않는 기 사장의 골프 철학은 무엇일까.

○ 다시 만나고 싶은 편안한 골퍼

골퍼라면 공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갈 때 마음이 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 사장은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도 필드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법이 없다. 항상 동반자를 먼저 생각하며 앞장서서 분위기를 즐겁게 만든다. 그와 함께 자주 라운드를 하는 한양대병원 김정현 교수는 “언제나 동반자를 배려하는 기 사장의 골프 매너를 보면서 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골프 실력도 매너 못지않다. 핸디캡이 16인 그는 평균 드라이버 거리가 230야드로 나이에 비해 장타다. 가끔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지만 그렇다고 과감한 샷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2004년 아시아나CC 서코스 5번홀(파 3·160야드)에서 기록한 홀인원은 그룹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0년 그 홀에서 부인 정복자(49) 씨가 홀인원을 했기 때문이다. 기 사장은 “평생 한 번 하기도 어려운 홀인원을 부부가 같은 홀에서 했다”며 “아내는 내 홀인원 선배”라고 말했다.

○ 경영과 골프 모두 ‘규칙 준수’가 중요

기 사장은 “경영과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룰(rule)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룰을 적용하고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점에서 골프와 경영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의 질서를 지키면서도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골프는 윤리경영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죠.”

그는 ‘기초’와 ‘기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높은 비중을 뒀다. 기 사장은 “제대로 된 그립과 어드레스에서 ‘굿샷(good shot)’이 만들어지듯 경영도 ‘잘 갖춰진 시스템’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기초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그는 경영과 골프를 ‘반석 위에 집을 짓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기 사장은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성공적인 혁신경영’은 그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튼튼한 기초 위에 다양한 경영기법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내야 참다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기옥 사장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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