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잡을 테면 잡아봐!

  • 입력 2006년 12월 15일 02시 58분


좌변에서 백은 수를 내러 갔다가 중도에 후퇴했다. 실리도 별로 챙기지 못하고 흑을 두텁게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박영훈 9단은 이창호 9단 못지않게 신중하다는 소리를 듣는 기사인데 경솔하게 움직였다. 이 9단은 형세가 나쁘지 않는 한 수가 보여도 모른 척 지나가기 예사다. 예상하지 못한 반격을 염려해서다. 오죽하면 ‘돌다리를 두들겨 보고도 건너지 않고 돌아간다’는 말이 나왔을까.

흑(○)을 두텁게 만들어준 여파는 당장 101, 103으로 나타났다. ○ 한 점을 품었던 백의 집이 다 없어지며 대마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것처럼 바둑이 엷으면 이처럼 시달린다. 흑 111로 튼튼하게 이었다. 어서 대마를 살려가라는 얘기다.

7분을 고심하던 박 9단이 백 112로 승부수를 던졌다. 이렇게 버티지 않으면 계가를 맞추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참고도 흑 1로 막는 것은 백 2의 선수에 이어 8까지 수가 난다. 흑은 A로 끊을 수 없다. 백 B, C면 야단이다.

집을 빼앗겼으므로 이제는 흑도 대마를 한껏 공격하여 대가를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흑 115로 공격 나팔을 불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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