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공격의 때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3시 06분


‘공격의 시기’를 일깨워준 한 판이었다. ‘맹자’에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는 구절이 있다. 전쟁을 할 때는 날씨나 계절보다 지리적 조건이 좋아야 하고 이보다 인심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말인데, 바둑의 전투라고 다를 게 없다. 싸움의 때를 찾기란 쉽지 않지만, 공세를 펴야 할 대목에서 슬며시 발을 빼는 것은 천시(天時)조차 챙기지 못한 행위이다.

백 72 때가 공격할 시기였다. 참고도 백 1로 추궁했다면 흑 대마가 곤란했을 것이다. 위로는 몇 걸음 못 나간다. 흑 A는 백 B로 계속 쫓는다. 대마를 못 잡는다 할지라도 이렇게 공격하는 것이 기세다. 따라서 흑도 ○(흑 71)로 지킨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역시 흑 1쯤으로 대마를 돌보는 게 정수 아닐까. 하변은 백이 ○의 곳을 찌르더라도 흑 C로 버티는 수단이 있다.

백 72로 공격하는 시늉만 하고 74로 돌아선 것은 판단착오였다. 275수 끝, 흑 불계승. (54 60 65…46, 57 63…51, 198 204 210 216 222 236 242 248 254 260 272…162, 201 207 213 219 233 239 245 251 257 267 275…195의 곳)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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