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圈과 DJ, 민생은 벼랑 끝인데 政治劇 벌이나

  • 입력 2006년 10월 30일 03시 00분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그제 목포에서 대중연설을 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미국이 양자(兩者)대화를 거부해 사태가 악화됐다는 ‘미국 책임론’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서도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하면 무력 대결과 전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참여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에게 걱정을 안기는 상황인식이고 언행이다. 그는 햇볕정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처럼 보인다.

국익(國益)을 위하는 길은 한미공조에 있다. 미국과 긴밀히 협조해야만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다. 미국의 반감을 키우고 한미 갈등을 심화하면 사태는 악화될 뿐이다. PSI를 반대하면 ‘평화세력’이고 찬성하면 ‘전쟁세력’인양 몰아가는 것도 햇볕정책의 실패를 반성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독선적이다.

DJ의 최근 언행은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차단하는 동시에 정치 재개의 명분까지 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정치적 고향이라는 목포를 찾아가 군중집회를 열고 “정치 말고는 다 하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이미 정치행위다.

이 자리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인사가 다수 참석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 가운데 천정배 의원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3년 전 민주당을 깨는 데 앞장섰던 그가 ‘또 신당’을 선창하는 것은 코미디지만 DJ 측과 열린우리당 일부 세력이 교감 중이라는 관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선생님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외쳤다.

나라가 벼랑 끝에 놓여 있는데도 구(舊)여권과 신(新)여권이 정권 재창출극(劇)에만 매달리는 듯하고, 그것도 국가의 존망이 걸린 북핵 문제를 고리로 삼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물론 노 정부 4년차가 끝나 가는 지금까지도 3김 정치를 청산하지 못한 책임을 나누어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 신망(信望)을 잃은 노 대통령과 여당, 뚜렷한 대안을 보여 주지 못하는 한나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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