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귀신에 홀렸나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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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18에 걸친 뒤 흑 23까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교환이다. 그런데 다음 순간 ‘아무도 생각지 못한’ 수가 터졌다. 백 24를 본 검토실의 기사들이 하나같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속셈일까. 알기 쉽게 둔다면 참고1도 백 1의 호구. 이게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윤혁 5단은 흑이 2를 선수하고 다음 A나 B로 손을 돌리는 게 싫었을까.

그렇다면 참고2도 백 1로 젖히는 수를 구사하는 게 프로다운 발상이다. 백 1을 희생타로 선수를 잡아 5의 곳을 차지할 수 있다. 백 1의 가치는 이뿐 아니다. 이 한 점의 유무에 따라 흑 A로 밀고 나가는 것이 선수냐 후수냐의 차이가 있다. 참고2도는 다음 백 B에 막으면 흑 C로 따내야 하므로 이곳은 막혀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비해 실전은 백 24로 손을 돌림으로써 흑 25, 27을 선수로 당했다. ‘가’의 곳에 백돌이 없음에 유의하자.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프로바둑에서 이 차이는 치명적이다. 김승준 9단이 잘라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수네요. 너무나 기본적인 수를 깜빡한 실수라…. 착각할 만한 곳도 아닌데…. 여기서 승부가 갈렸습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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