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몽니를 부렸으나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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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와 백 ○의 바꿔치기가 이뤄지면서 대세가 결정됐다. 태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는 폭풍전야의 그것과 다르다. 긴장이 풀린 고요랄까. 균형이 깨진 상태에서는 이 길이냐 저 길이냐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최상의 선택뿐이다.

흑 103에 3·3의 곳을 받지 않고 백 104로 급히 걸은 점. 흑이 107로 귀를 지켰을 때 참고1도처럼 순리대로 두지 않고 백 108로 판을 흔들어보려 한 점이 그렇다. 백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전단(戰端)을 구해야 한다.

백 108의 건너붙임은 126의 치중을 노린 수지만, 평이한 행보로는 안 되겠기에 부려본 몽니다(흑 127 이후의 수순에서 보듯 별 수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 바람에 흑 109까지 뺏겨 차이가 더 벌어지고 말았다. 백 110도 마찬가지 이유. 참고2도를 기대했겠지만 흑이 111 이하로 알기 쉽게 처리하니 김이 빠진다. 흑 147로 몽니를 부려본 수마저 잡혀서는 해볼 데가 없어졌다.

이 뒤로 이세돌 9단은 100여 수를 더 끌어 계가까지 갔으나 15집 반의 격차를 확인했을 따름이다. 던질 곳을 찾지 못해 기울어진 바둑을 끝까지 두어야 한다는 것, 이 또한 아픔이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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