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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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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한’ 대만인들을 거리로 내몬 ‘주범’은 천 총통의 친인척 비리. 사위 자오젠밍(趙建銘)은 내부자 주식거래로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야당 시절 정치테러로 의심되는 사고로 장애인이 돼 동정표를 얻었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는 백화점 상품권을 뇌물로 받는가 하면 보석과 명품으로 치장하기를 즐겨 ‘대만의 이멜다’란 별명까지 얻었으며 정부 인사에도 자주 개입했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8월엔 현직 교통부 장관이 팩스로 사직서를 보내고 휴가를 가 버렸고, 최근엔 타이중 시장까지 시위대에 합류했다. 제2야당인 친민당은 이미 “천 총통은 국정 장악 능력을 상실했다”고 선언하고 총통 파면안을 입법원에 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경제성적표도 좋지 않다. 한때 대만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龍)’에 들게 한 경제가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다급해진 천 총통은 기자회견을 하고 친인척 비리 혐의에 대해 해명했으나 국민의 분노만 키웠다. 회견에서 그는 표준어가 아닌 민난(민南·푸젠성 남부)어를 썼다. 지지층인 대만섬 출신들에게 SOS를 보내기 위해서였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국민을 편 가른 셈이다. 대만인 민족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단골메뉴인 ‘대만 독립’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인권변호사가 됐고, 기존 정치권과 각을 세움으로써 성공했던 천 총통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정치수법이 영원히 통하는 게 아님을 나라를 초월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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