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애늙은이 윤준상

  • 입력 2006년 9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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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71로 붙여 79까지 좌상귀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대신 좌하귀는 백의 차지다. 이로써 네 귀와 변이 얼추 경계를 드러냈다. 면밀한 형세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백 80 때 흑이 형세가 여의하다면 참고도처럼 하변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백은 A나 B의 곳 어디쯤인가 뛰어들어 하변 흑진을 지울 터이고…. 이 상황을 가정하고 형세 판단을 해 보면 흑집은 전부 합해도 40집이 채 되지 않는다. 백집도 이 정도는 나온다. 그렇다면 덤이 빠지지 않는 국면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댈 두터움조차 없으니 그믐날 장가들고 정월 초하룻날 애 타령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흑 81은 이런 형세판단이 낳은 결론이다. 한 눈금이라도 양껏 부풀리지 못하면 앉아서 줄초상을 당할 처지다. 이렇듯 한쪽이 작심을 하고 ‘빡세게’ 나올 때 고삐를 쥔 쪽의 강약 조절이 중요하다. 자칫 맞불을 놓다가 드잡이에 휘말려 벌어놓은 점수를 한순간 까먹기도 하고, 반대로 ‘부자 몸조심’으로 일관하다 지는 줄도 모르고 고사하는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윤준상 4단은 몸의 나이는 19세라도 정신의 나이는 노회한 60세다. 날을 세운 상대의 펀치에 결코 무리하게 대응하지 않는다.

해설=김승준 9단 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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