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정치 싸움에 속타는 ‘스포츠산업 육성’

  • 입력 2006년 9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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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계호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팀도 만들고 용병 수입도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해 프로축구 K리그와의 ‘승강제(성적에 따른 리그 업다운 제)’에 대비해야 하는데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들어 스포츠 발전을 위해 발의된 법안은 크게 2개다. 지난해 5월 발의된 ‘스포츠산업진흥법’과 지난해 9월 제안된 ‘국민체육진흥법’.

스포츠산업진흥법은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스포츠산업을 발전시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체육진흥법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협의회(국체협)를 통합해 엘리트 체육과 사회 체육을 조화롭게 발전시키기 위해 제안됐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법은 지난해 사립학교법 문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등원을 하지 않아 통과되지 못했다. 올해에는 국체협 회장에 뽑힌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상급기관인 문화관광부가 인준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 싸움화’가 돼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 이 의원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진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스포츠산업진흥법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는 “스포츠는 특수화된 영역”이라며 문화부 산하에 스포츠산업진흥위원회를 두고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사업, 기술개발, 마케팅 등을 지원하도록 하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각종 지원책을 통해 스포츠 산업이 커져 외국자본의 국내 잠식을 막아 토종 브랜드를 키울 수 있다. 지자체의 시민구단 창단 및 지원도 쉬워진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국회 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바다이야기’ 등 대형 이슈 때문에 여야 간 힘겨루기로 아예 논의조차 안 될 가능성도 있는 것. 여기에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스포츠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산업자원부의 반대에도 부닥쳐 있다. 산자부는 문화부에 스포츠 산업 부문을 빼앗기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다. 문화부는 “산자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하지만 산자부는 “우린 그 법안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딴소리다.

결국 상급 단체의 힘겨루기와 국회의 무관심에 한국 스포츠는 제자리걸음만 하게 생겼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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