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中‘장쩌민 학습 운동’이 안먹히는 까닭

  • 입력 2006년 8월 14일 21시 34분


요즘 중국에서는 때 아닌 학습열풍이 불고 있다. 10일 출간된 ‘장쩌민(江澤民) 문선(文選)’에 대한 학습바람이다.

장 전 국가주석의 문선이 나온 다음 날 중국 전역에서는 이를 학습하기 위한 소조(小組)가 줄줄이 결성됐다. 중국 공산당은 물론 행정기관의 성(省)부터 현(縣), 향(鄕)·진(鎭)에 이어 가장 작은 단계인 가도(街道)까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 사기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언론매체 역시 장 전 주석의 문선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人民)일보는 11일에 이어 12일에도 장 전 주석의 문선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첫날엔 출간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하더니 다음 날엔 ‘열심히 사서 읽고 실천하자’는 내용을 톱기사로 올렸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이나 베이징(北京)청년보 등 다른 언론매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도내용을 보면 장 전 주석만큼 마르크스주의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해석해서 새로운 이론을 창조해낸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중국만의 사회주의 특색을 지닌 실천이론을 집대성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중대한 성과를 총망라했다”는 등의 평가들은 그가 남긴 어록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로 점철돼 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전 주석의 문선을 개인적으로 구입해 스스로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 언론은 출간 첫날 이미 팔렸거나 단체 구입하기로 예약된 것만 7만 권에 이른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대부분 당과 국가기관, 또는 회사에서 집단학습용으로 사간 책이다. 공산당의 집중적인 선전과 노력이 안타까울 정도로 효과가 별로 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대조적인 것이 ‘당대(當代)의 노먼 베순’, ‘인민의 좋은 의사’로 알려진 화이웨이(華益慰) 전 인민해방군 외과전문의의 타계 소식이다. 그의 부고는 12일 언론을 통해 간략하게 전해졌지만 바로 수만 명이 인터넷에 애도와 추모의 글을 올렸다.

중국의 영도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인민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서 인민들의 근본적 이익에 맞게 당의 방침을 실천하라고 하급간부들에게 강조한다. 형식주의를 버리고 현실에 부합하게 일하라고 하는 주문이다.

중국의 영도자들은 이번에도 하급간부들이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잘하지 못해 효과가 안 난다고 생각할까?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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