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원]김 부총리 청문회 땐 뭘 검증했나

  • 입력 2006년 8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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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개혁을 내세우던 위선적 교수에게 온 사회가 농락당한 느낌이다.”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사청문회에 위원으로 참여했던 한나라당 교육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31일 김 부총리의 과거 논문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이같이 개탄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열렸던 김 부총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속기록을 뒤져 보면 국회는 과연 무엇을 검증했는지, 도대체 인사청문회를 왜 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속기록에 따르면 당초 철저한 검증을 별렀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껏해야 신문에 보도된 김 부총리의 두 딸이 외국어고에 편입한 문제 등에 대해 재탕 삼탕 식으로 비판하는 데 그쳤다.

조금만 의지와 성의를 갖고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더라면 제기할 수 있었던 김 부총리의 논문 표절이나 중복 게재, 이중보고, 연구비 이중수령 등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당시 청문위원이었던 한나라당의 한 의원 보좌관은 “솔직히 향후 공천권 등에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 당 대표 등 새 지도부를 뽑는 7·11 전당대회 결과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자료 요구가 늦어져 결과적으로 제대로 검증할 시간도 부족했다”고 실토했다.

한때 ‘송곳 검증’을 다짐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아예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교육행정 전문가’라고 엄호하거나 “청문회를 보면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흠 없는 분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고 김 부총리를 치켜세웠다.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은 청문회 이후 본격적으로 터져 나온 김 부총리의 과거 행적에 대해 ‘인민재판식 사퇴 요구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다른 중진은 “김 부총리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무자비하게 공격받고 있다”고 감싸기도 했다.

여야 정당이 당리당략에 눈이 어두워 엄한 곳에서 삿대질만 한 탓에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국가 교육정책의 수장에 대한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 드러났다.

1일 오전 열리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 부총리의 결격 사유들을 들이대며 목청을 높일 것 같다. 의원들이 김 부총리에 대한 질타에 머물지 말고 자신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성원 정치부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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