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시원한 승리

  • 입력 2006년 7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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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표 2단은 우하귀 정석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 그래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길을 닦아 상대의 기를 꺾어 놓고 싶었던 것이다. 백 22가 그런 수. 20분의 장고 끝에 나온 새로운 길이었다. 하지만 홍 2단은 그 길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흑은 12분의 궁리 끝에 흑 23이라는 대응 수를 찾아냈고, 이 수로 인해 백 말은 피곤한 여정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홍 2단은 백 34의 강수를 내세워 한꺼번에 형세를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이것 또한 화를 자초했다. 백 말이 네 갈래로 흩어진 채 흑의 포위망 안에 고스란히 갇힌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만 흘러가는 홍 2단의 바둑이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었다.

백 52가 유일한 활로이긴 했다. 그러나 그동안 백이 입은 내상이 너무 컸다. 우하귀 전투에서 쓰러진 백은 일어날 수 없었다. 흑은 67, 103 등 좌상귀와 좌하귀에서 각각 다양한 수를 구사하며 백의 추격을 끊었고, 마침내 흑 117로 결정타를 날렸다. 이후 좌상 흑 대마가 어렵지 않게 살아가자 백은 돌을 던졌다.

이상훈 9단은 이 바둑에서 한번도 우세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면서 시원스럽게 승리했다. 그는 첫 8강 진출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소비시간 백 1시간 48분, 흑 2시간 55분. 대국 장소 서울 한국기원 일반대국실. 143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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