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클 오핸런]北미사일 ‘위험한 워밍업’

  • 입력 2006년 6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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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에 대한 미국의 대처 방식을 놓고 최근 논란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북한 미사일 실험의 구체적 내용이 아니다. 우리는 이번 ‘미니 위기’를 지난 3년간 계속된 북한의 위협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현재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은 혼란 그 자체다. 북한의 태도는 분명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핵국가로서의 지위가 확립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더 나은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최근 논란에 대해 말하자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상당히 차분히 대응했다. 그는 미사일이 미국 영토에 접근하면 요격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위협했다.

반면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과 애슈턴 카터 국방차관보는 최근 북한 미사일이 발사대에 장착돼 있을 때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선제공격의 이유로 첫째, 무법국가인 북한은 1999년 이후 지켜 온 미사일 실험 유예 선언을 위반했고 둘째, 미사일 실험은 미국과의 양자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된 도발이며 셋째, 북한은 미사일 실험이 성공하면 미사일을 다른 국가에 팔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넷째가 가장 중요한데 북한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3년간 핵무기를 4배로 늘려 8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미국을 핵으로 위협하겠다는 의도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

그러나 현재로선 이 제안을 지지할 수 없다. 첫째, 북한 미사일은 위협적이긴 하지만 북한이 떠벌려 온 핵 발언의 내용만큼 심각하지는 않아 선제공격의 요건이 되지 못한다. 둘째, 이번 위협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혼란스럽고 국민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터졌다. 부시 대통령의 정책에는 북한의 정권교체와 북한과의 회담 추구라는 상반된 목표가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북한보다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동맹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북한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대처 능력을 어렵게 만든다.

미국은 북한과의 회담 노력을 중단해야 할지 아니면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 논란을 벌이느라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북한에 선택의 여지를 줘야 한다. 북한에 태도를 바꿔 세계에 동참하든가, 고립으로 후퇴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 잃든가 택일하라고 말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과 한국이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북한이 중국식 개혁의 길을 따르겠다면 적극적인 유인책을 제시함으로써 미국에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이런 성실한 노력이 실패할 때만 중국과 한국도 대북 경제 제재를 고려할 것이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협정으로 중단한 2개의 원자로 건설을 완공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들 원자로는 한해 12개 핵탄두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선제공격은 그런 원자로에 대해서 의미가 있다. 선제공격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사전 협상 노력을 다해야 한다. 북한에 선제공격을 한다면 먼저 해외에서 우방을 확보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평양도 미국이 실제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음을 깨닫고 원자로 완공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이번 미사일 실험은 북한이 지난 3년간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해 온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현 사태는 우리가 몇 년 안에 부닥칠지도 모르는 진짜 문제에 대한 워밍업일 뿐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활용해 세계가 지금은 이라크와 이란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핵 위기는 북한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마이클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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