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월드컵에 취한 TV뉴스

  • 입력 2006년 5월 31일 03시 04분


“TV 뉴스가 사람들을 투표소보다 축구장으로 내몰고 있다.”

5·31지방선거와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방송사들이 ‘돈’ 되는 월드컵 보도에만 열을 올려 선거라는 중요한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방송 3사의 월드컵 보도는 선거 보도를 앞지른다. 월드컵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에는 광고가 많이 붙기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 방송되는 메인 뉴스는 스포츠 뉴스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토요일인 27일 20건의 뉴스 가운데 월드컵 뉴스는 9건. 반면 선거 소식은 ‘빗속 주말유세’와 ‘안개 속 표심, 제주’ 2건에 불과했다. 이어 방송된 ‘스포츠 뉴스’에서도 8건의 아이템 중 5건이 월드컵 관련 소식이었다. 같은 날 SBS ‘8뉴스’도 월드컵 소식이 9건, 선거 보도는 3건이고, KBS ‘뉴스9’도 월드컵과 선거 보도가 각각 7건과 3건이었다.

월드컵 뉴스가 넘쳐나다 보니 같은 날 나란히 방송되는 메인 뉴스와 스포츠 뉴스의 아이템이 겹치고 선수들의 똑같은 인터뷰를 재탕하는 경우도 있다.

29일 SBS ‘8뉴스’는 ‘토고, 평가전서 선수 점검에 주력’ ‘월드컵 대표팀 공격진용 실험’ ‘한국 G조 가운데 준비 상황 최고’를 보도했다. 이는 뒤이어 방송된 ‘오늘의 스포츠’에서 ‘아드보카트, 박주영 선발 기용하나’ ‘토고, 독일 클럽팀과 평가전 2-0 승리’ ‘한국 준비 최고’라고 제목만 달리해 반복 보도됐다.

27일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한 ‘태극전사, 6월 귀국은 없다’ ‘AFP와 로이터, 차원이 다른 활약’ ‘지단, 한국은 쉽지 않은 팀’ 3건도 뒤이은 ‘스포츠 뉴스’에서 되풀이됐다. “한국은 쉽지 않은 팀이다. 굳은 의지로 한국전에 임하겠다”는 지단의 인터뷰 내용까지 똑같았다.

스포츠 뉴스가 따로 없는 KBS ‘뉴스9’는 한국 대표팀의 현지 훈련 소식을 두 차례로 나누어 전하면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선수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실수를 줄일 것을 집중 주문하셨다”는 안정환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반복해 방송했다.

한 언론학자는 “놀이(월드컵)에 민생(선거)이 묻혔다”고 개탄했다. 이런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유권자들은 투표하러 가야 한다.

이진영 문화부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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