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손자병법

  • 입력 2006년 4월 21일 03시 02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와 각종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세계 최고의 부(富)를 이뤘지만 사업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시장독점과 특허 침해 혐의로 회사가 끝없는 소송 시비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게이츠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참고했던 책 중의 하나가 ‘손자병법(孫子兵法)’이라고 한다. 25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병서(兵書)가 21세기 첨단 기업가에게도 훌륭한 전략 지침서가 된 셈이다.

▷미국이 손자병법에 관심을 가진 것은 6·25전쟁을 통해서라고 한다. 세계 최강 미군이 중공군에 한때 고전하자 미국은 그 원인이 ‘손자병법’에 있다고 믿게 됐고, 이후 ‘손자병법’은 군인과 전쟁 연구자의 필독서가 됐다는 것이다. 1991년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끈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은 “손자의 지식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즘도 미국의 서점에선 ‘손자병법’ 영역서인 ‘The Art of War by SunTzu’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부전이굴(不戰而屈)’의 지혜가 담긴 손자병법을 선물할 것이라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부전이굴’은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이라는 손자 모공편의 한 대목이다. 후 주석이 굳이 ‘손자병법’을 선물로 택한 것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꼬집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올 만 하다.

▷후 주석은 18일 시애틀 MS 본사를 방문했을 때 ‘미중 우호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美中友好 萬古常靑)’는 휘호를 남겼다. 저녁에는 게이츠 회장 집에서 열린 만찬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손자병법’ 얘기가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 측이 희망했던 백악관 만찬이 게이츠 회장 집 만찬에 그친 것은 후 주석의 방미가 국빈방문(state visit)이 아니어서라고 한다. 미중 관계가 과연 ‘만고상청’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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