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허허, 제 얘기가 재미있다고요?

  • 입력 2006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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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경기 시작 1시간 전.

선수들이 코트에 나와 몸을 푸는 동안 기자들은 양 팀 라커룸을 찾는다.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늘은 어떤 작전을 쓸 것인지 지난번 다친 선수는 괜찮은지….

몇 개의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 한 팀 감독과의 미팅이 끝나면 다른 팀 감독을 찾아가야 하지만 최근 한 팀 감독의 얘기만 듣는 ‘황당한’ 일이 몇 차례 있었다.

KCC 허재(41·사진) 감독을 먼저 찾은 게 그 원인. 허 감독이 기자들을 상대로 특유의 입심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외국과의 경기에서 상대팀 선수를 심판 몰래 쥐어박아 가며 기선을 제압했던 경험담부터 미국과 한국 프로농구의 차이에 대한 전문가다운 분석까지 주제도 다양했다. 이야기에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경기 시작이 눈앞. 허 감독이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며 일어설 때 상대팀 감독은 “오늘은 기자들이 안 왔나” 하며 의아해 했다는 후문.

그는 감독 데뷔 첫해 팀을 플레이오프 4강에 올려놓았다. 선수 시절에는 경기 전 몸을 풀었지만 감독이 되고 나니 입을 풀고 나가야 경기가 잘된다고 너스레를 떠는 왕년의 ‘농구 대통령’. 가히 입심도 ‘대통령 급’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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