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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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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전자재판’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각종 전자장비가 동원됐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완전 구술(口述)변론’이라는 점이었다. 그동안 서류 중심으로 해 온 재판이 이번에는 오직 ‘입’과 ‘말’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대부분의 민사재판에서는 판사와 변호사(대리인)들이 좀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서면(서류로 된 답변 자료)을 이용했다. 판사가 변호사에게 증거나 설명을 요구하면 변호사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추후에(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겠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법정의 ‘종이’를 치우고 장황한 설명도 그만두게 했다. 오직 입과 말을 통한 재판을 추구했다.
법원의 이런 변화에 대해 변호사들은 어색하고 당황스러워했다.
한 변호사가 판사와 방청객들을 모두 외면한 채 스크린에 비친 자료를 줄줄이 읽어나가자 재판장이 제지했다. “거기 스크린만 보고 읽지 말고 저를 보고 말씀해 주세요.”
재판장은 그 뒤에도 양측 변호사들에게 예외 없이 몇 차례씩 이런 말을 반복했다. 재판장의 이 같은 지적은 “당신들끼리 이야기하지 말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아듣도록 설명하라”는 취지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 어렵던 사건과 재판 내용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재판이 끝난 뒤 한 변호사에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정말 죽겠습니다. 재판 내용 외에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습니다.”
이 변호사의 하소연은 법원의 변신이 갖는 의미를 정확히 말해 준다.
지금까지 재판은 법을 아는 사람들이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신한 것이었다. 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항상 불편하고 답답했다.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편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제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재판을 하려고 한다.
변호사들이 ‘재판 내용 외에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 불편한’ 재판, 그런 재판에서 국민은 법과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다. 그 첫걸음은 불편하지만 곧 익숙해지길 기대해 본다.
전지성 사회부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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