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열린우리당의 ‘후보 구걸’ 보기 딱하다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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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린우리당은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취약지구’에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구걸’에 가까운 후보 찾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다.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선거에 내보내려고 조르는 모습은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그 대상은 전현직 장관과 현직 고위 관료에서부터 방송 앵커에까지 이르고 있다.

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았는데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지 못한 ‘취약지구’가 그대로 있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집권당으로서 최소한의 체통도 잊은 듯하다. 지난번 선거용 개각도 결코 떳떳한 것은 아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오거돈 해양수산부, 이재용 환경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끌어내 전장(戰場)에 배치하기로 한 것은 집권당의 당리당략에는 맞아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의 안정성을 크게 희생시켰다는 점에서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는 없다. 더구나 이들은 16일경까지 장관직을 유지하며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양다리를 걸칠 모양이니, 국민을 얕잡아 보는 꼴이 아닌가.

그런데도 여당은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징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본인들이 한사코 거부하는 데도 출마를 강요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MBC 간판 앵커 엄기영 씨를 강원도지사 후보로 영입하려는 시도 역시 지나치다. 엄 씨는 “시청자로부터 얻은 명성을 유권자에게 전용(轉用)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도 이광재 기획위원장은 여전히 영입작업이 진행형이라며 “본인이 고민이 심하실 것이나,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고 압박한다. 이쯤 되면 영입이 아닌 강요다.

취약지구가 많고, 인재난이 심한 근본 이유는 실정(失政)에 있다. 이를 반성 않고서야 억지로 후보를 내세운들 유권자들이 선뜻 표를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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