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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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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이 부족하고 악용 소지 커”=안 교수는 “과거사 규명작업이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대상과 기준, 방식이 명분에 부합해야 한다”면서 “친일행위에 대한 규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며 구체적 행위가 아니라 특정 지위나 직책 자체를 조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악용의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살 인권유린 등 반인륜적 행위가 아니라 조국과 민족이라는 특정 가치에 반하는 부역행위를 청산 대상으로 삼는 친일 청산에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특히 외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과거사 청산의 모범 사례로 간주되는 프랑스가 정말 모범적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며 “오히려 숙청과 처벌을 통한 인적, 제도적 청산 노력만으로 과거의 불행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반면 스페인은 1975년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뒤 ‘망각협정’으로 불리는 대사면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과거사를 처리했고 다수의 국민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 교수는 “역사를 한 가지 관점에서 파악하고 한 가지 해석의 절대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며 “권력에 의한 과거사 규명 시도는 정쟁의 도구, 정치적 헤게모니 확보 수단일 뿐 역사적 진실과 진정한 성찰의 방안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위헌 소지와 자의적 운영도 문제”=이 사무총장은 “최근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공권력에 의한 반인권적 범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배제하기로 한 것 등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진실규명 범위에 ‘과거사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을 포함시킨 것은 삼권분립 및 사법부 독립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대상자를 가해자로 규정해 출석요구, 동행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가해자 측에 대한 기본권 침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역사적 평가에 맡길 사안에 법적 조치를 시도하는 것은 법률불소급 금지 원칙과 재판의 독립성, 법적 안정성 등 헌법과 법치주의 체제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공익이나 정치적 문제를 내세워 개인의 인권이나 신체의 자유, 법적 안정성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청산돼야 할 국가적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홍 정책실장은 과거사 기구의 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과거사 관련기구는 선정 또는 접수된 사건을 위원회의 다수결에 의해 판결을 내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결국 기소자와 재판자의 분리 등의 사법절차를 무시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위원회 자체의 판단은 자의적 근거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극단적으로는 미리 내려진 결론에 따라 연역적으로 사건조사에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사에 대한 겸손한 자세 필요”=토론과 정리발언 시간에 이 교수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선언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며 “역사에 대한 겸손과 성찰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소설가 복거일(卜鉅一) 씨는 “근본적으로 역사학은 가치판단이 들어가게 마련”이라며 “과거사 문제도 처음부터 가치에 비중을 두고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제성호(諸成鎬·법학) 교수는 “진상규명의 범위를 일제강점기까지 확대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과거사위의 진실규명 행위 자체가 나중에 과거사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동(金光東) 나라정책원장은 “역사 청산은 누가 왜 하는가라는 기본적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전범국가도 아니고 잘못된 정치제도를 선택하지도 않았으며 대량학살도 저지르지 않은 한국에서 왜 역사 청산 문제가 제기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과거사 청산 감시=시민회의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21일 ‘과거사 진상규명 모니터링단’을 출범시키고 자료 수집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모니터링단에는 박효종 교수를 단장으로 김광동 원장, 이광백(李光白) 시대정신 편집장, 김기수(金基洙)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정부의 과거사 관련기구가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사건에 대해 자료를 수집해 검증하고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사건조사에 착수하면 회의 참관 등 상시적인 감시체제를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또 과거사 관련기구의 예산집행을 감시하고 △의사 결정 절차의 민주성 △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전문성 △과거사 관련 법안의 위헌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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