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재선의원’의 민망한 검찰공격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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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수사방향을 유리하게 몰아가겠다는 정략적 공세다.”(2003년 8월 검찰의 현대비자금 사건 수사 때 한나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자)

열린우리당 문석호(文錫鎬)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 시절 검찰 수사와 관련한 논평을 특히 많이 냈다. 대부분 “검찰수사를 정략적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법조인 출신’다운 주문이었다.

이런 문 의원이 요즘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는 언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충남 서산시 공무원들이 개입된 열린우리당 당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달 말 자신의 서산 지역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1일 의원총회에서 “초선의원도 아닌 재선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흥분했다.

그리고 곧바로 108개 항목의 자료 제출을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요구했다. 여기엔 압수수색을 실시한 대전지검 서산지청의 지청장과 수사 검사들의 인적사항, 검찰총장의 병역 및 처가 식구의 인적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심정은 이해하나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왔다. 명분과 절차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이면서도 자료 요청 공문에는 소속 상임위를 법제사법위원회라고 썼다. 법사위는 검찰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문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 때 경찰의 입장을 들어준 데 대한 보복수사인 만큼 각종 자료를 통해 검찰을 검증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압수수색을 ‘검찰의 보복’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압수수색은 서산시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초선도 아닌 재선’ 의원이지만 공사(公事)를 처리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근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셈이다. 같은 당 의원들까지 비판하고 나설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문 의원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14일 법무부의 법사위 업무보고 때 동료 의원을 대리해 출석, 압수수색 문제를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놨지만 당 지도부는 9일 “문 의원의 법사위 대리 출석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행정기관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인 권리요, 의정활동의 일환이지만 ‘분풀이’로 비친다면 권한 남용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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