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북핵문제의 새로운 변수들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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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9일 중국 베이징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성명서가 발표됐으니 벌써 4개월 반이 지났다. 당시 우리 정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다. 불행하게도 약속했던 후속 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협상 측면에서 아무런 진전도 보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의 시간을 5MW 원자로에서 인출했던 8000개의 사용 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는 데 활용했을 것이다. 이미 플루토늄을 추출해 놓았고 이 자료는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6자회담 재개 의도를 표시하면서도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회담을 지연시키고 있다. 회담 재개 가능성과 관련하여 우리는 최근 몇 개의 상반된 시그널을 받고 있다. 그 하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다. 그의 중국 방문은 북한이 중국을 본받아 경제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의도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는 핵 문제 해결이 필수조건이 될 것이므로 희망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에 복귀할 뜻을 전했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이 6자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오히려 중국에는 경제적 지원을 요청하는 동시에 지금 상황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고, 한국에는 6자회담 복귀의 희망을 주고, 미국에는 중국과의 유대를 과시하는 등 다목적을 가진 방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 재개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은 사태들이 더 있다. 북한의 위조 달러 유포 의혹과 관련된 미국의 사실상 제재 조치가 그 하나이다. 북한은 미국의 금융동결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회담 재개 자체를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정말 6자회담을 미끼로 위폐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한이 그 두 개의 문제를 연계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6자회담에 악재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의 화폐 질서를 교란한다고 믿고 있는 심각한 행위를 6자회담에 연계해 면죄부를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위폐 문제뿐 아니라 밀수, 교역금지물품 수출입 등과 관련하여 압력을 지속적으로 증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위폐, 밀수 등 불법행위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핵 문제 해결에 협조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여 그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표면적인 악재는 이란이 그동안 동결했던 핵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키로 지난달 31일 전격 합의했다고 한다. 이란이 핵을 재가동해도 된다는 교훈을 북한에게서 얻었다면 역으로 북한은 이란 핵 개발 강행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 핵을 우선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미국 등이 그 문제 해결에 노력을 집중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에 다소 소홀해질 수 있다.

사실 이란 문제는 좀 복잡해서 북핵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즉 이란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이란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따라서 중국은 자국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 협조적으로 나오도록 설득함으로써 이란도 핵 비확산 문제에 협조하도록 설득되기를 바랄 것이다. 이러한 제반 상황은 북한 지원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북한 설득에 도움을 줌으로써 문제 해결에 일조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북핵 문제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6자회담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활용하여 우선 북한의 핵무기 제조 활동을 중단시키고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핵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승주 고려대 교수·전 외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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