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의사행세 '카사노바'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11분


코멘트
서울 성동경찰서는 명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 행세를 하며 자신을 황우석(黃禹錫) 서울대 석좌교수 연구팀 연구원이라고 속이고 여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박모(34) 씨를 5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해 4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A 씨를 “S대 병원 신경외과 의사인데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 가자”고 꾀어 결혼비용 명목 등으로 260여만 원을 받는 등 미혼 여성 3명에게 모두 8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 씨는 지난해 12월 피해 여성인 B 씨 집을 드나들면서 명품 가방과 벨트, 액세서리 등 700여만 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도 받고 있다.

박 씨는 여성들에게 접근할 때 국내 명문대나 미국 하버드대 의대 출신의 의사나 강사, 황 교수팀 연구원이라고 속였으며 친아버지를 동반해 상견례까지 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돈을 주고 가짜 하객을 동원해 C 씨와 결혼식까지 올렸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고소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 씨는 고졸 학력의 무직자로 명문 S대 총장의 직인을 위조한 졸업증명서와 성적표, 장학금 영수증 등을 만들어 갖고 다니면서 황 교수팀 연구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 씨의 수첩에 대학교수 이혼녀 등 여성 4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려 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고소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