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中-美 전략대화에 거는 기대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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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제정치에는 두 가지 변화가 뚜렷했다.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의 국제 권위가 현저히 떨어진 것과 전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 정부의 최근 언급이 이를 입증한다.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은 중-미 간 ‘이익 상관자’ 개념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이는 국제정치 경제분야에서 중국의 중요성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 미국이 체계적으로 대(對)중국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중국도 과거에 비해 일관되고 한층 성숙된 대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이익과 국력의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도전받고 있다는 느낌을 방지하고 양국 관계의 대립 요소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실제 이익 상관자 개념을 이미 고도의 선택적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진행된 중-미 전략대화는 광범한 의제를 포괄했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전략대화는 쌍무적인 전략적, 군사적 문제 외에 경제 무역, 에너지 문제 등을 망라했다. 중국과 다른 대륙의 개발도상국가 간 관계도 대화 대상이었다. 이들 국가는 중국으로서는 에너지, 지역 정치, 외교 문제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나라다. 북한 핵 문제나 유엔 개혁 등 비(非)쌍무적인 국제정치 문제도 의제에 포함됐다.

이제 전략대화가 막 시작된 만큼 양국 간 마찰과 의구심, 대립과 경쟁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의미는 대단히 중요하다. 전략대화는 미국이 중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기초해 체계적으로 대중 전략을 조정하려는 의도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대화가 일정한 개념적 틀을 갖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익 상관자 개념은 각 분야에 대한 양국 간 논의의 통일성과 일관성, 전략적 방향성을 부여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정례적인 토론 무대를 만들어 구체적이고 다양한 문제에 대해 상호 견해를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호 신뢰를 증진하는 과정을 통해 양국간 주요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할 조건을 성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양국 관계를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새해에도 계속될 양국 전략대화는 새로운 양국 관계의 ‘시스템’을 형성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전략대화에는 국제정치 이론의 원칙, 규범, 규칙, 절차의 네 가지 요소가 담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은 양국 관계의 기본 영역(경제 무역, 지역 정치, 군사, 외교, 국제 안전)에서 각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근본 이익의 윤곽을 정하고 위기나 분쟁 처리의 일반 원칙도 정하는 것이다. 규범은 기본 영역 내에서 이견이 있는 문제를 선정해 상호 기본 이익과 의도, 행위 규범의 윤곽을 정하는 것이다.

규칙은 양국 간에 비교적 장기간 논의된 구체적인 문제(대만이나 북핵 문제)가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합의에 이를 수 있다. 절차는 양국 간의 각종 고위급 대화와 정례 전략 및 경제 무역 대화를 통해 전략대화의 시스템 형성과 기능 발휘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정치 외교 경제적 우선 지위와 중국 근해에서의 대미 군사 균형 및 평화적 양안(兩岸) 통일을 원한다. 미국은 첨단기술 분야의 지도적 지위와 세계적 및 서태평양의 군사 외교적 우세를 유지하려 한다. 향후 중-미 전략대화는 그 ‘경계선’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초점이며 이는 새해 양국 관계 전반을 관통하는 흐름이 될 것이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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