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이 ‘국가 정체성’ 흔들지 않았단 말인가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어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여권의 ‘강정구 교수 구하기’에 대해 “정권 심장부에서 나라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체제를 지키는 구국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수구보수 세력의 색깔론 총공세”라고 되받았다. 청와대도 “유신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가세했다.

강 교수의 친북 언동은 실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의 주장은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 사이트에 올라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 그를 감싸는 정권의 갖가지 행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이 흔들린다’고 불안해하는 다수 국민이 비정상인가.

솔직한 답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권에 묻겠다. 과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보강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주기 위해 헌신하는가, 아니면 대한민국 체제는 어떻게 변질되더라도 북한 김정일 체제를 걱정하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더 급한가.

한나라당만이 국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각계 원로 9590명은 어제 ‘제2시국선언문’을 통해 “노 대통령이 여론을 외면하고 헌법을 유린, 무시하면 국민의 선택은 국민 저항권의 발동뿐”이라고 경고했다. 원로들은 ‘현 정부 안의 좌익 인맥을 청산하고 대북 지원을 북한의 개혁·개방 및 인권 상황과 연계하라’고 촉구했다. 이 또한 국가 정체성이 흔들리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닌가.

지난해 9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선언’을 발표할 당시 1000여 명이던 서명 참여자가 이번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자유민주 헌정질서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다. 이날 출범한 ‘뉴라이트 네트워크’도 선언문에서 “강 교수 구하기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여권은 야당이 공연한 정쟁을 유발한다고 강변할 것이 아니라 다툼의 소지를 없애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요즘 정권의 정체성을 궁금해 하는 국민이 한둘이겠는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