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화제! 이사람]야구계 ‘재활의 손’ 김인식 한화 감독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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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신’ 김인식 감독. 그는 지난해 12월 뇌중풍으로 쓰러져 한 달여 동안 반신마비로 입원했다가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다시 일어섰다. 사진 제공 한화이글스
‘재활의 신’ 김인식 감독. 그는 지난해 12월 뇌중풍으로 쓰러져 한 달여 동안 반신마비로 입원했다가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다시 일어섰다. 사진 제공 한화이글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촌장 같은 사람.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마을 사람들 뭐를 마이 멕이야 돼”라며 어눌하게 말끝을 흐리는 사람.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58) 감독은 그런 사람이다.

요즘 그가 뜨거운 화제다. 대전고 코치를 하던 지연규를 데려다 빼어난 마무리 투수(9일 현재 20세이브)로 바꿔놓지를 않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풍운아’ 조성민의 마음에 불을 질러 ‘감격의 첫 승’을 따게 하지를 않나. 그뿐인가. 기아가 버린 김인철은 이제 한화의 주축 타자(타율 0.290)로 펄펄 날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딴청’이다. 8일 마침 SK전을 위해 인천에 와 있는 그를 숙소에서 만났다.

“허허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들 그러니까 참 쑥스럽습니다. 다 지들이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된 것이지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재활의 신’이고 ‘재활 공장장’이라니요? 누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김인식 패러디’를 뽑아줘서 봤는데 참 뭐라고 할 수도 없고…허허.”

‘김인식 패러디’는 김 감독이 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조성민에게 “거기서 뭐해? 야구 해야지…. 곧 부를 테니 몸 만들고 있어”라고 한 것을 패러디한 것. 은퇴한 후 로커로 변신한 이상훈에게 “니가 있을 곳은 클럽이 아니야. 부를 때까지 몸 만들고 있어”라는 식이다. 패러디에는 선동렬 삼성 감독, 최동원 한화 코치와 축구선수 이동국 등도 등장한다.

김 감독은 거의 말이 없다. 연습할 땐 뒷짐 지고 운동장을 어슬렁거린다. 경기 중에도 작전을 별로 내지 않는다. 올 시즌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화를 ‘꼴찌 1순위’로 꼽았다. 하지만 9일 현재 한화는 굳건하게 4위를 달리고 있다.

“작전 없는 작전이야말로 최고의 작전이지요. 볼카운트 스리볼이나 원 스트라이크 스리볼일 때 타자에게 마음껏 치라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작전을 걸면 타자는 나쁜 볼에도 할 수 없이 쳐야만 하거든요. 공은 편안하게 쳐야 잘 맞습니다. 한화가 지금 홈런 1위 팀인데 이것이 가장 가슴 뿌듯합니다.”

그는 선수를 믿는다. 선수가 계속 실수를 해도 꾹 참고 기다린다. 속이 썩고 또 썩는다. 하지만 그 선수가 언젠가 제 몫을 해 줄 때 비로소 돌아서서 소처럼 씩 웃는다.

“쌍방울 시절 9연패를 당하고 있던 김원형(현 SK) 투수가 광주에서 당대 최고 투수인 해태 선동렬과 맞붙어 1-0으로 이겼어요.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짜릿합니다. 어떻게 하든 그 친구를 쌍방울 기둥 투수로 키우고 싶었거든요. 기대대로 김원형은 그 이후부터 펄펄 날았습니다.”

9연속 패배의 투수를 믿고 또 선발로 내보내는 감독. 그는 사람 키우는 데 도사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믿음은 죽은 자도 벌떡 일어나 춤추게 한다.


▼김인식 리더십▼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보여 준다. 부끄러운 약점도 감추지 않는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일부러 제스처를 쓰는 것은 딱 질색. 솔직한 게 최고다.

● 중간층을 다독거려라

엔트리 31명 중 13, 14, 15, 16번째 선수가 문제다. 이들은 “주전에 비해 내가 못하는 게 뭐가 있느냐”고 생각한다.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때가 오면 이들의 기를 살려 줘야 한다.

● ‘찬양’하고 ‘고무’하라

선수들이 상처 받을 말은 절대 안 한다. 꼭 싫은 말을 해야 될 때조차 “사람이 던지는 공인데 그걸 못 쳐” 하는 식으로 돌려서 말한다. 본인이 누구보다도 자신의 실수를 잘 알고 있는데 거기에 또 소금 뿌릴 필요가 있나.

● 일단 믿고 기다려라

선수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본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기회를 주고 끈질기게 기다린다. 감독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언젠가는 그 기대에 보답한다.

● 모든 게 내 탓

선수가 실수해서 져도 그건 모두 감독인 내 탓. 완벽하게 잘 가르쳤으면 그런 실수를 했겠는가.

● 설치지 않는다

감독은 있는 듯, 없는 듯해야 선수들이 펄펄 난다. 말도 될 수 있으면 아낀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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