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사람 두명에 상어가 전부… 이게 영화냐”

  • 입력 2005년 9월 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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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영화가 재미없다는 이유로 극장 측에 집단 항의하고 입장료를 환불 받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일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메가박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0시 반경 대구 북구 칠성2가 메가박스 대구점에서 미국 영화 ‘오픈 워터’ 관객 중 일부가 “영화가 재미없어 관람료만 날렸다”며 항의 소동을 벌인 끝에 결국 환불받았다는 것.

지난달 26일 개봉된 ‘오픈 워터’는 망망대해에 버려진 커플이 상어 떼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의 저예산 영화다.

사태의 발단은 이날 영화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한 남자 관객이 일어나 “사람 두 명과 상어가 나오는 게 전부다. 이게 무슨 6500원짜리 영화냐”고 불만을 토로하자 30여 명이 이에 동조하면서 비롯됐다. 이들은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객석을 빠져나와 극장 측에 15분간 격렬하게 환불을 요구했다.

극장 측은 “일부 관객은 설득해 돌려보냈으나 끝까지 항의한 15명에게는 관람료 전액을 돌려주고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홍승기(洪承祺) 변호사는 “영화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며 극장은 영화의 내용까지 책임질 의무가 없으므로 과실 없이 영화 상영을 마쳤다면 관객은 환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 집단적 항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단히 한국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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