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또 트집잡는 北, 또 감싸는 南

  • 입력 2005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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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번 주에 열기로 합의됐던 제4차 후속 6자회담이 북한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연기됐다. 회담은 9월 셋째 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북한이 29일 일방적으로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양군의 을지포커스렌즈 훈련과 미국의 대북인권특사 임명을 회담 연기의 이유로 내세웠다. 최근에는 평양을 방문 중인 태국 외무장관을 통해 미국과의 신뢰 부족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을지훈련은 매년 해오던 연례행사이고 인권특사 임명은 열흘 전 일이다. 미국과의 신뢰 부족은 수십 년 된 문제로, 이를 해결하자는 게 6자회담의 목표 중 하나다. 북한의 불참 이유가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9일 브리핑을 자청해 “을지훈련이 (회담 연기의) 이유 중 하나고, 6자회담이 휴회에 들어갈 때 북측에 훈련에 관한 통보가 안 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측에 훈련 통보를 늦게 한 것이 회담 연기의 원인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회담은 불가피하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피하다’는 말 속에는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북한에 대한 ‘유감’은 들어 있지 않다.

나아가 그는 “군사훈련 기간에 이런 회담이 열린 적이 없다”며 북한에 이해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얻을 게 많은 남북교류는 을지훈련 기간에도 계속 열렸다.

어떻게든 북한을 달래 핵 폐기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리는 북한을 감싸기만 하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6자회담이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간 공전된 것도 북한의 약속 파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미국과의 신뢰를 문제 삼는 북한에 ‘신뢰는 양쪽이 모두 노력해야 쌓이는 것이며 그 기초는 약속 이행에 있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하지 않을까. 원칙 없는 북한 감싸기는 국민의 공감을 얻기도 힘들고 한미 공조도 어렵게 할 뿐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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