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이 어제도 제공한 ‘내 생각’ 뉴스

  • 입력 2005년 8월 19일 03시 05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중앙언론사 정치부장단과 취임 이후 처음 가진 간담회에서 연정론(聯政論) 등 정국현안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이 “국민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쪽에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16일 청와대 비서진에 “차라리 ‘식물대통령’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라며 자신의 ‘진정성’이 전해지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함을 토로한 것과 같은 맥락의 발언이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면 이 제도에서도, 저 제도에서도 실패한다”며 사회의 ‘지도력(指導力) 위기’도 거론했다. “우리는 대화 자체가 안 되는, 정상적 민주주의의 운영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이 이런 말 뒤에 꺼낸 의제(어젠다)는 여전히 ‘국민 생각과 동떨어진’ 대연정(大聯政) 제안이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 득 볼 것 없다고 해서 거부한 것 같은데, 수준 있는 이론을 갖춰 거부해 주면 정치 수준이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비꼬는 듯한 말까지 했다. 이쯤 되면 노 대통령의 ‘마이 웨이’가 갈 데까지 가는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연정론의 허구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론과 야당이 수없이 지적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도 “입이 아파 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을까.

이날 노 대통령이 생산한 ‘내 생각’ 뉴스는 연정론뿐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가정보원 도청문제에 대해서도 “정권이 책임질 과오는 없었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DJ 측으로부터는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란 반응만 돌아왔다.

거듭 밝히지만 작금의 국정파탄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탓도, 선거제도 때문도 아니다. 바로 ‘미래의 청사진’ 없이 아마추어리즘과 포퓰리즘으로 국정을 운영해 온 여권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가 원인이다. 더욱이 여소야대건, 경제상황 악화건, 지도력 위기건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노 대통령의 인식구조는 그나마 궤도수정의 가능성마저 차단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국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이제 정치게임의 논리를 접고 민생의 질(質) 향상에 전념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최근 조사에서도 향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는 ‘경제회복’이라는 의견이 66.5%에 달했다. 노 대통령이 연정론의 근거로 내세운 지역갈등 해소를 포함해 ‘사회갈등 해소’를 꼽은 사람은 5.6%에 불과했다. 대통령 말에 짜증내기에도 지친 국민들의 인내심을 더 시험하지 말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