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弱者 위한다며 兩極化 키우는 정부

  • 입력 2005년 6월 15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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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약자를 더 힘들게 한다면 정책이 아니다. 이를 알면서도 바꿀 생각을 안 하는 정부는 또한 정상적인 정부가 아니다. 부동산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숱한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부채질해 약자들의 고통만 키우는데도 겸허한 자성(自省)이 없다면 과연 믿고 따를 정부겠는가.

현 정권은 한 달이 멀다하고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서울의 강남 집값은 급등하고 강북 집값은 떨어져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무차별적 세금 공세로 서민들만 주택거래 중단, 집값 하락, 세금 앙등의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를 개조할 듯이 지역개발을 추진했지만 땅값 급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강남 집값만 때려잡으면 된다’는 식의 편협한 생각으로 수도권 주택공급을 외면하다 보니 강남을 대체할 고급 주택단지 건설은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었고, 결국 충청권과 가까운 강남과 수도권 남부의 부동산 가격만 요동치고 있다.

교육도 ‘평등’과 ‘균형’이라는 코드가 숱한 문제를 낳고 있다. 지금과 같은 평준화 체제에선 능력 있고 우수한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로 피해를 보게 돼 있다. 서울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1985년 고소득층의 서울대 사회대 입학생 수는 일반 가정 출신의 1.3배였으나 지금은 16.8배로 확대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3불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에선 민간기업인 도요타자동차까지 직접 영재학교를 세워 인재 양성에 나선다고 하는데 우리만 ‘평등주의’라는 시대착오적 유령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물론 평등은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그러나 그것은 ‘기회의 평등’이어야 한다. 막무가내로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면 결과의 불평등이 더 깊어지는 것이 세계의 오랜 경험이고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이념형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을 부추기니까 ‘국정시스템의 오(誤)작동’과 ‘약자의 위기’가 심화되는 것이다.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릴 청와대 부동산 대책회의는 단순히 집값잡기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맞는 경제정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판교 신도시만 해도 균형과 형평의 코드 때문에 부작용이 커지지 않는가. 더 나은 주거 여건과 주택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부응했더라면 강남 집값 폭등은 막을 수 있었다. 형평과 균형을 앞세워 지금처럼 시장을 계속 규제하고 왜곡시킨다면 정부도 결코 원하지 않을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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